삼성, 24일 대전에서 시리즈 최종 5차전
김영웅, 4차전서 연타석 3점포로 맹활약
1~3차전서도 상대 선발 모두 공략 성공
호투 이어온 선발 최원태, 5차전에 출격
가을 하늘, 아니 야구장이 파랗게 물들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대역전극을 썼다. 최원태, 김영웅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화력이 뒷받침되면 시리즈 마지막 승부에서도 웃을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은 22일 기사회생했다. 한화 이글스에 1대4로 뒤진 6회초 1사 1, 2루 상황. 한화 마무리 김서현은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려댔다. 하지만 김영웅이 그걸 받아쳐 우월 3점 홈런으로 만들었다. 4대4 동점. 패색이 짙어지던 순간, 한 방이 분위기를 확 바꿨다.

조용하던 삼성 덕아웃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대구 홈 팬들도 열광했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7회말에도 1사 1, 2루 상황에서 김영웅이 타석에 섰다. 불펜 한승혁의 초구를 잡아당겨 또 오른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연타석 3점 홈런. 한화의 기세는 완전히 꺾였다.
현실이라곤 믿기 어려운 광경.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파란 물결로 가득 찼다. 한화 원정 응원단은 침묵에 빠졌다. 경기 후 박진만 삼성 감독도 "선수와 지도자 시절을 포함해 오늘 같은 짜릿함은 처음 느껴본다. 김영웅이 쓰러지는 팀을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만화같은 승부였다. 그러고 보니 만화 주인공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실제 유명한 일본 야구 만화 'H2'의 두 주인공 중 한 명도 이름이 영웅이다. 타치바나 히데오(橘英雄). 영웅의 일본식 발음이 히데오다. 김영웅과 성만 다를 뿐 한자로 적는 이름이 같다.
김영웅은 "사실 0대4로 지고 있을 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감독님이 선수단을 모아서 '긴장하지 말자. 여기까지 잘했으니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라'고 하신 게 큰 도움이 됐다"며 "(홈런을 친 뒤) 감독님이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4차전뿐 아니다. 플레이오프 내내 방망이가 뜨겁다. 한화의 1~3차전 선발 코디 폰세, 라이어노 와이스, 류현진을 상대해 모두 적시타를 때렸다. 류현진에게선 3점 홈런을 뽑아냈다. 이름에 어울리는 활약. 르윈 디아즈, 구자욱이 뒤를 받쳐준다면 위력이 더 커진다.
24일 대전에서 시리즈 최종전이 펼쳐진다. 한 고비만 더 넘기면 한국시리즈. 1차전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24일 선발투수의 어깨가 무겁다. 삼성은 최원태가 나서 폰세와 맞대결 한다. 최원태는 가을 야구 무대에서 맹활약,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최원태는 지난 겨울 삼성 유니폼을 입은 새 식구. 올 시즌엔 8승 7패, 평균자책점 4.92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선 달라졌다.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역투했다.
삼성이 여기까지 온 데 일등공신. 최원태는 "동료들이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줘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박 감독도 "(최원태가) 지금처럼 잘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팀에 확실히 녹아든 모습이 보여 믿음직하다"고 했다. 그가 삼성과 함께 마지막에도 활짝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