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료와 밀, 벼와 콩 이모작
경축순환농업 등 저탄소우리마을 조성
경북 최동북단에 위치한 울진군은 농촌, 산촌, 어촌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지역이다. 전체 면적의 75% 이상이 산림이라 약초, 버섯 등이 많이 생산되고 특산물인 울진대게를 필두로 수산업도 발달돼 있다. 농사는 쌀을 비롯해 보리, 콩, 옥수수, 고구마 등 다양한 밭작물을 재배한다. 일교차가 커 배추, 무, 사과 등 고랭지 농업에도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인구수가 채 5만 명이 되지 않는데다 농촌 고령화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 등의 문제도 갈수록 심화돼 농업대전환을 통한 농업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울진군이 경북도의 들녘특구 사업인 '울진 경축순환 특구'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여름엔 벼·콩, 겨울엔 조사료·밀
울진군 평해읍 일대 들녘에 조성된 '울진 경축순환 특구'는 주주형 상생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 농업인은 농업회사법인(㈜행복농촌만들기)에 농지를 위탁하고, 일부는 함께 농사를 짓는 식이다. 특구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는 총 204곳이다. 이 중 위탁농가는 151곳(74%), 공동영농은 53곳(26%)이다. 특구 운영 주체인 ㈜행복농촌만들기는 운영위원 5명과 영농관리 5명, 영농협업 8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30대에서 40대 후반의 젊은 농업인이다.
울진 특구는 겨울작물로 조사료와 밀을 재배하고 여름작물로는 벼와 콩을 재배하는 이모작 작부체계다. 특히 여름작물을 수확한 후에는 특구와 연계된 축산단지의 가축분을 퇴비화해 토양의 양분으로 투입하고 겨울작물인 조사료를 재배해 다시 가축의 조사료로 공급하는 경축순환농업을 하고 있다.
◆농가소득 평균 2배 이상 ↑
이모작을 통해 지난해 울진 특구의 농업생산액은 1.6배 늘었다. 이전 120ha의 농지에 주로 벼농사만 했을 때는 13억6천만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조사료(70ha)와 밀(50ha), 벼(50ha)와 콩(90ha) 이모작을 통해 21억5천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특구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의 소득은 평균 2배 이상 증대됐다. 법인에 농지를 위탁한 농가는 평(3.3㎡)당 3천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기존 농지 임대료 소득 1천300원보다 2.3배 늘었다. 이모작 공동영농에 참여한 농가는 평(3.3㎡)당 생산소득으로 평균 4천100원의 배당금을 받아 기존 벼농사 1모작 소득 2천120원보다 1.9배 증가했다.
참여농가 중 밀과 콩의 작부체계로 이모작 공동영농을 하고 있는 최상빈 농가는 평(3.3㎡)당 생산소득이 6천500원으로 특구 참여농가 중 최고 배당금을 받았다. 하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지난해 여름철 콩 생육기에 발생한 집중호우로 습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혼자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법인과의 공동작업은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됐다. 배수 관리 및 병해충 방제에 대한 집중 관리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영양제 살포 등 후기 양분 관리로 생산량과 소득을 높일 수 있었다.
특구는 또 콩을 두유로 가공해 수출하는 기업인 ㈜다원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수익을 증대시켜 나가고도 있다. 올해부터 가공용 검정콩 50톤(t)을 계약재배로 전환함으로써 기존 콩 재배보다 1억원 증가한 3억3천5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할 예정이다. 특히 울진콩의 체계적인 산업화를 위해 울진군-경북농업기술원-울진특구-울진유통-㈜다원과의 다자 업무 협약을 지난 9월 체결, 고품질의 검정콩 생산·유통시스템 기반도 구축했다. 향후에는 검정콩을 순차적으로 300t까지 계약재배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저탄소' 牛(우)리마을
축산농가 대부분은 가축의 조사료로 영양가가 낮은 볏짚이나 수입산 건초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가축에게 양질의 건초를 먹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좋은 건초는 수분 함량이 20% 미만인 조사료로 자연 조건에서는 4일 이상 말려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주로 겨울철에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우리나라는 사료작물 수확 후 곧바로 벼 모내기를 해야 하고 수확 시기인 5월엔 비가 자주 내려 건초를 생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울진 특구는 이탈리안라이그라스(IRG)나 호밀 등의 조사료를 직접 재배함은 물론 양질의 건초 가공을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조사료 열풍건조 시스템'을 도입했다. 조사료의 수분 함량이 30~50%가 되도록 현장에서 말린 뒤 다시 이를 실내에서 뜨거운 바람으로 20% 미만까지 건조하는 기술이다. 날씨와 관계없이 시간당 800kg의 건초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내년부터는 연간 380t 정도의 건초 생산이 가능하게 된다. 포장 단위는 소규모 축산 농가도 사용할 수 있도록 15kg 소포장으로 유통할 계획이다.
특구의 또다른 자랑거리는 가축분뇨의 고품질 퇴비화 시설이다. 특구와 연계한 축산단지의 가축분뇨(연간 14천t)를 60일간 부숙기간을 거쳐 조사료가 재배되는 특구 농지로 투입하면 이를 좋은 퇴비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토양으로 양분과 유기물을 공급하고 화학비료의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저탄소 농업기술을 구가하고 있다.
◆역사자원+장수마을+농경문화
특구 인근에 있는 월송정,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은 맨발 걷기가 가능한 힐링여행지다. 아울러 특구의 너른 들녘은 봄과 가을 수확기 황금 들녘으로 변해 아름다운 농(農)뷰(view)를 자랑한다. 평해황씨 유례지, 서낭신(마을 수호신)을 모신 서낭당, 어부의 무사고를 기원하는 안전기원 굿 등 특구가 위치한 마을은 역사자원도 풍부하다.
앞으로 특구는 이런 마을자원을 발굴해 관광객들에게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여기에 들녘에 대한 어르신들의 지혜와 농촌청년의 문화를 융복합해 상품화한다다는 구상도 세워두고 있다. 70세 이상 어르신이 100명 이상인 장수마을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청년이 중심이 된 특구의 현대식 농경사회를 연계해 스토리텔링하는 방식이다.
<이명창 (주)행복농촌만들기 대표 인터뷰>
울진 특구를 운영하고 있는 이명창 ㈜행복농촌만들기 대표는 "들녘 규모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했기에 우선 재배면적을 늘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지금껏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농작업체계를 구축, 다수확을 통한 소득 증대에 자신이 있다"며 "경북 농업대전환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서로 상생하는 행복한 농촌을 꿈꾼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종훈 조합원 인터뷰>
특구 조합원인 신종훈 농부는 "들녘특구 사업에 참여하고 난 뒤 벼농사만 지었을 때 보다 소득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논콩 이모작 재배를 한지 2년 됐는데 보급종자가 항시 부족해 재배 시작 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정책과 관련해선 "정부의 정책이라는 게 수시로 변하고 지금까지 잘 운영해왔던 일들도 한순간에 없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우리 특구가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현 정책이 지금처럼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