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자본으로 혁신을 키우는 글로벌 벤처도시로

입력 2025-10-30 18: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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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대구시 창업벤처혁신과장
정현주 대구시 창업벤처혁신과장

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고물가의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었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신규 투자가 감소했고, 수도권에 투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대구의 5대 미래산업 유망 벤처·창업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 국정과제로 연간 4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 시장 확대가 예상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구시가 지역 벤처 투자 생태계를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다.

대구시는 일찍부터 지역이 주도하는 창업·벤처투자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2014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 최초로 출범하여 창업 생태계의 중심이 되었고 지역의 대표적인 투자설명회(IR)인 '대구스타트업 리더스포럼'을 현재까지 60회차 운영하면서 창업기업의 든든한 투자유치 플랫폼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민간 벤처 투자사가 발굴하고 대구시가 지원하는 '대구형 팁스(TIPS)', 삼성전자와 함께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대구 C-LAB'을 운영하면서 민관 협력의 성공모델을 만들었다.

또한 대구시는 2014년부터 757억 원 정도의 대구시 출자를 기반으로 약 7,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여 자금난을 겪는 초기기업과 벤처기업에 성장 마중물을 공급해 오고 있다. 올해 8월말까지 지역기업 327개사에 약 1,6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하였으며 벤처 투자금이 성장단계에서 회수되고 회수된 자금이 다시 새로운 투자에 활용되는 "투자→성장→회수→재투자" 구조를 확립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도 존재한다. 2024년부터 벤처펀드 신규 조성이 주춤하면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 뿐만 아니라 대전·부산·경북에 비해서도 투자 생태계가 위축되고 있다. 창업의 출발점은 잘 마련되었지만 초기 투자 이후의 성장단계의 기업들이 투자를 받지 못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지역에서 투자활동을 하는 액셀러레이터(AC), 벤처캐피탈(VC)의 수가 수도권에 비해 적어 기업들이 투자사들을 만나기 위해 수도권이나 타 지역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본과 인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지역 혁신기업의 성장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최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뒷받침,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벤처펀드의 확대, 그리고 대기업이 직접 참여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이러한 방향에 적극 공감하고, 정부·지자체·민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대구형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후배기업을 발굴 및 공동 육성하는 상생형 벤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에 벤처투자가 쏠리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방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지역기반 모펀드 조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2026년도에 한국모태펀드 출자를 마중물로 대구시, 지역기반 금융기관, 지역거점기업 등이 공동으로 재원을 출자하여 1,500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 벤처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 의료 등 대구의 미래산업 분야에 특화된 벤처펀드를 운영하여 투자 집중도를 높일 예정이다.

대구의 미래는 결국 혁신적인 창업·벤처기업의 성장에 달려 있다. 그리고 벤처투자는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성장엔진이다. 창업·벤처기업이 지역안에서 투자받고, 성장하고, 다시 지역에 고용과 기술을 돌려주는 선순환이 자리 잡을 때 대구는 진정한 글로벌 벤처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