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의 도시이야기] 미래 도시, 탄소배출과 통행시간 소비 줄여야

입력 2025-10-30 15:52:29 수정 2025-10-30 17:5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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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물과 공기다.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인류는 18세기 이후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확대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의 증진, 그리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추구하면서 자원의 남용은 시작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어렵게 되었고, 급기야 인류 전체가 기후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식수로 사용하는 물은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깨끗한 물로 바꿀 수 있지만, 공기는 쉽게 정화할 수도 없다.

기후 위기는 과다한 탄소배출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그리고 탄소배출은 도시적 생활양식이나 산업생산방식과 연관되어 있고, 에너지 생산 및 공급방식과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기후 위기는 자본주의 산업생산방식과 도시적 생활양식의 변화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공기는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자원이면서 공공재(public goods)에 속한다. 공공재는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로, 그 재화와 서비스에 대하여 비용을 치르지 않더라도 소비나 이용에서 배제할 수 없는 비배제성(non-exclusion)의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도시의 대기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공적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국가 간 협력도 필수적이다.

이처럼 전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도시 차원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는 적극적인 실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류는 20세기 도시의 실패도 경험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도시의 외연적 확산과 교외화로 인한 직주거리의 확대로 통근 통행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개인의 통행시간 증가와 함께 에너지 소비와 통행비용의 증가도 나타났다. 공기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이라면, 시간은 기업이나 고용주에게는 아껴 써야 할 자원이고, 개인들에게는 아껴 써야 할 소비재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로 산업혁명 이후 기업주는 시간 단위로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매겨 왔고,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시간 관리가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었다.

한편 개인은 효율적인 시간 소비를 위해 자신이 처한 여건하에서 소비자의 행동 원리인 효용 극대화(utility maximization)의 원리에 따라 시간 배분을 한다. 그리고 효용 극대화의 원리에 따라 교통수단과 통행 경로를 선택하고, 각종 활동과 통행을 위해 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활용한다. 따라서 시간은 많으나 소득이 적은 실업자나 저소득자는 통행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교통수단을 선택하고, 소득은 높지만 시간 여유가 없는 고급 인력은 비용은 많이 들더라도 통행시간이 적게 걸리는 교통수단을 선택하게 된다.

이제 시간의 가치(value of time)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개인이 소비하는 시간은 즐겁고 보람찬 시간도 있고, 고통스럽고 불편한 시간도 있다. 예컨대 영화, K-Pop 공연, 스포츠 경기 등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즐겁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 혼잡한 지하철 안에 서 있는 시간은 불편하고 고통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다. 따라서 개인에게는 시간도 소비의 대상인 만큼, 불편한 시간은 줄여주고 즐거운 시간의 소비를 늘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도시에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통행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시민들의 통행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을 공급하는 방법도 있고, 직주근접과 혼합적 토지이용 등을 통해 필수통행의 거리와 시간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있다. 최근 수도권은 더 빠르고 편리한 광역급행철도(GTX)의 도입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급행철도는 건설과 운영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이용자의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비용이 적게 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게 되었고, 그러한 해결책 중의 하나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n분 도시' 계획 패러다임(예: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계획)이다.

미래 도시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인류 전체의 생존이 가능하다. 따라서 인류가 살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을 바탕으로 국가마다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규범을 만들어야 하고, 도시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의 통행시간 소비를 줄여 더 유익한 활동에 시간을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시민들의 통행시간 소비를 줄이는 것은 탄소배출 저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래 도시는 탄소배출과 시민들의 통행시간 소비를 줄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하여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도시 공간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제 도시의 회복력(resilience)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