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증가세 둔화에 대구시 지방세 비중 2011년 수준인 3.7%로 회귀
전국에서도 대구시 감소폭 두드러져…세입 기반 흔드는 인구·부동산 구조 변화
대구 민간소비 비중 74.4% 하락세 지속…가계대출 특·광역시 중 가장 빠른 증가세
市, 2023년 비상 재정 체제 전환…올해 지방세 세입 감소로 지방채 발행도 고려
대구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세수 감소세가 장기화하면서 재정 운영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방세 수입 급감으로 또다시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부족한 세수를 메워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재설계는 물론 지방 세목을 확대하는 등 자주 세원, 지역 특화 세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세 비중 2011년 수준으로 회귀
22일 한국지방세연구원(KILF)에 따르면 2023년 대구시의 지방세 수입 총액은 전년 대비 1천662억원(-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대구시의 감소 폭은 두드러졌다.
등록면허세와 레저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의 세수입이 전년 대비 줄었으며, 구체적으로 취득세(-7.9%), 지역자원시설세(-7.2%), 지방소득세(-6.9%)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방소비세와 취득세는 전체 세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세목이다. 대구시의 2022년 결산 기준 세목별 비중을 보면 지방소비세(25.6%), 취득세(23.9%), 지방소득세(14.2%), 재산세(13.0%), 자동차세(8.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4년을 기점으로 대구시 세수 증가세는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2014~2022년 전국적으로 지방세 수입이 연평균 8.5% 증가한 반면, 대구시는 6.7%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지방세 수입에서 대구시(광역세)가 차지하는 세수 비중이 2022년 들어 3.7%로 낮아지면서 2011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지방세 중 가장 큰 몫인 취득세 증가율도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2022년 전국 취득세의 연평균 증가율은 6.8%였으나, 대구시는 3.7%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지방소비세 연평균 증가율 역시 전국 평균(19.3%)보다 낮은 16.3%를 기록했다.
◆세입 기반 흔드는 인구·부동산 변화
세입 부진의 근본적 원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압축된다. 대구는 최근 몇 년 사이 인구 유출 및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세입 기반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부진이 겹치며 세수의 핵심 축인 취득세 수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공급 과잉과 거래 위축이 맞물리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주택 거래량은 2023년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가 지난해 6월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11개 아파트 단지가 미분양 상태이고, '준공 후 미분양'도 4천가구에 달한다"며 "부동산 시장 위축이 세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소비 하락세…가계부채는 급증
또한 대구는 타 지역에 비해 민간소비 비중이 상당히 높은 경제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2022년 기준 대구의 민간소비 비중은 74.4%로, 전국 평균(47.9%)보다 훨씬 높지만, 2011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비 여력이 줄면 대구의 세입 기반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대구 지역 가계부채의 급증은 소비 위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구의 가계 대출 규모는 2004년 8조8천억원에서 2023년 41조5천억원으로 연평균 8%씩 급증, 특·광역시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대구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전국 평균을 상회했고, 이로 인해 부동산 경기 변동에 대한 지역 경제 민감도가 높아졌다. 가격 상승기에는 '과열', 하락기에는 '급랭'하는 양극단적 구조가 형성되며, 미분양 문제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즉, 소비 위축과 부동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며 세수 기반이 급속히 약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불어나는 복지 지출 압박 가중
당장 세수를 메울 재원 대책조차 마땅찮은 상황 속에서 중장기 재정 운영에 대한 대구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 2023년 세수 규모가 약 6천200억원 감소해 역대 최악의 재정 부족 사태를 겪었다. 당시 대구시는 긴축 기조로 전환해 비상 재정 체제에 나섰지만, 올해도 세입 부진이 심각할 경우 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세입이 줄어드는 반면 복지·공공서비스 등 의무 지출 항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복지 지출과 각종 유지·보수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가용 재원이 빠르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세수 구조의 한계와 경기 요인이 맞물리면서 지방 재정은 단기 세수 부족을 넘어 구조적 위험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구·산업·소비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세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취득세가 상당히 부진해 연말까지 추계하면 세입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11월 지방소비세 규모에 따라 재정 완충이 생길 여지는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지방세 확충 방안과 세출 효율화 방안 등을 강구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지방세 비율, 근본적 재설계 필요"
대구시는 내년도 국비 확보와 세입 늘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지방채 발행도 고려하고 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전년 대비 지방세 세입이 감소하고 복지비 등 경직성 경비가 83%를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지방채 발행 한도를 모두 활용해도 지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사업 우선순위를 최대한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정부는 지난 8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를 목표로 7대 3까지 개선하는 등의 지방재정 확충 계획을 내놨다. 지방교부세율 상향과 '제3차 지방이양일괄법' 제정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은 실질적인 '재정 분권'을 외치며 중앙 권한의 과감한 지방 이양을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세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1일 정책토론회에서 지방자치 실현과 관련해 재정 자치, 권한이양 등을 제시하고 "중앙정부와 국회가 지방정부에 준연방제 수준의 권한, 재정 이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