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택 추진위, 분쟁 속 제자리… 공권력 개입 필요성 커진다"

입력 2025-10-22 09:00:00 수정 2025-10-22 18: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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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인가 못 받은 채 수년째 표류… 비리·고소 이어져"
"추진위는 사실상 사각지대… 전문가 '행정 감독 제도화해야'"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혜화지주택 추진위 사무실 전경.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혜화지주택 추진위 사무실 전경.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 사업을 둘러싼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조합 설립 전인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단계부터 공권력이 개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수성구 만촌3동 일원에 11개동, 총 470가구의 신축 아파트 건설을 목표로 꾸려진 '수성구 혜화지역주택조합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혜화지주택 추진위)'는 지난 2020년 7월 15일 조합원 모집 신고가 수리된 이후 수년째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고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주택 사업은 ▷조합원모집신고 ▷조합설립인가 ▷사업계획승인 ▷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혜화지주택 추진위는 최초의 추진위원장이 2020년 11월 당시 업무대행사와 공모해 주택 사업 분양 광고비를 부풀려 차액을 나눠 가지는 등의 비리가 터지면서 한차례 내홍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기존 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가 물러나고, 또 다른 추진위가 들어서고 새로운 업무대행사와의 계약이 체결됐지만 최근 고소·고발 등 내부 분쟁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근 수성구 범어동에서 10개동 765가구 신축 아파트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인 범어지주택 추진위 역시 지난 2019년 조합원 모집 신고는 됐지만 조합설립인가는 나지 않았다. 이곳은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부지 확보율을 부풀려 논란이 됐으며, 일부 예비 조합원이 현 추진위를 경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비교적 강한 규제를 받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지주택 사업은 주택법에 근거해 '사업계획승인' 이후에나 본격적인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특히 조합 설립 전 단계인 추진위는 임의단체에 불과해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공적 기능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부실 운영 등 문제로 지주택 사업이 추진위 단계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618곳 중에서 모집신고 후 3년 넘도록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조합은 208곳(33.6%)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추진위 단계 때부터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대명 대구과학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추진위가 사업 초기 단계이지만, 업무대행사를 끼고 각종 중요 업무를 하기 때문에 행정청의 관리감독이 전혀 없으면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관망하지 않고, 추진위 단계부터 법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제도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