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논란이 된 '한·미 통화스와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은행이 미국 재무부와의 통화스와프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 총재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천500억달러 대미(對美) 투자 해법으로 한은과 미국 재무부 간 통화스와프가 거론되고 있다"며 검토 여부를 묻자 "아르헨티나 케이스를 언급하는 것 같은데, 통화스와프는 단기 유동성 목적의 제도"라며 "3천500억달러와 같은 장기투자 목적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번 협상팀도 한국이 연간 공급할 수 있는 외환 규모가 최대 200억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범위 안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가능하냐"고 묻자 이 총재는 "무제한 스와프나 재무부 간 스와프 같은 옵션들이 왜 지금 논의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조치에는 여러 부작용이 있고,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최근 정부의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계획이 알려진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외환 유동성 확보용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3천500억달러는 한국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20%의 규모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2026년도 예산안(728조원)의 약 70%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미 연준(Fed)과 단기 유동성 지원을 위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으나, 이번에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