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산책] 젊은 대장암 급증…'무증상'에는 정기검진이 해법

입력 2025-10-22 06:30:00 수정 2025-10-22 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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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세강병원 원장
김찬호 세강병원 원장

"아직 젊으니까 괜찮다"는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의 대장암이 꾸준히 늘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초가공식품과 붉은 고기·가공육, 당분이 높은 음료, 잦은 음주와 흡연, 운동 부족과 비만이 겹치며 위험을 키운다. 스마트폰과 배달앱 확산으로 늦은 밤 과식과 좌식 생활이 늘어난 것도 장 건강에 불리하다. 문제는 대장암이 초기에 조용히 자라기 때문에 "증상이 없으니 괜찮다"는 안심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점이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대장 점막의 작은 혹, '용종'에서 시작한다. 그중 선종성 용종은 시간이 지나며 악성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으로 발견해 미리 제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실제로 용종을 사전에 절제하면 대장암의 발생과 사망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의 연령표준화 발생률은 2011년 인구 10만 명당 54.8명에서 2022년 39.7명으로 약 27% 감소했다. 이는 국가검진 확대와 조기 내시경 검진이 자리 잡으면서 조기 발견이 늘고 진행암으로 진단되는 비율이 줄었기 때문이다. 과거엔 대장암이 전체 암 중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 발생률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정기검진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증상은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 신호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평소와 달라진 배변 습관(가는 변, 설사·변비의 반복, 잔변감), 혈변·점액변·흑색변, 복통·복부 팽만, 체중 감소·식욕부진, 원인 모를 빈혈 등이다. 다만 조기 대장암은 무증상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상이 느껴지면 병원에 간다"가 아니라, 이상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내시경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치료 면에서는 ESD(내시경 점막하 박리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거나 납작하고 경계가 불명확한 용종과 초기암에서 일반 올가미로 하는 EMR(내시경적 점막 절제술)은 조각 절제(piece-meal)가 되기 때문에 재발 위험이 남을 수 있다. 반면 ESD는 병변을 한 덩어리(en bloc)로 절제해 조직학적 경계를 정확히 확인하고 국소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 다만 시술 시간이 길고 천공·출혈 위험이 있어 숙련된 시술자와 표준화된 안전관리가 필수다.

예방은 생활에서 시작된다. 가공육, 붉은 고기, 단음료, 야식은 줄이고, 채소, 과일, 통곡물, 해조류 등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주 150분 이상 유산소 활동은 장 연동을 돕고 체중·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다. 배변은 참지 말고 규칙적으로,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자주 움직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이 단순한 실천이 내시경 한 번과 만나면 미래의 암 한 건을 막는 힘이 된다.

대장암은 조용히 다가오지만, 정기검진과 ESD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내게 맞는 검진 주기를 정해 꾸준히 지키기, 지금 바로 시작하자. 그 한 번의 선택이 5년, 10년 뒤의 장 건강을 바꾼다.

김찬호 대구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