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경주 황남동서 4세기 말∼5세기 전반 축조 무덤 발굴
"신라 중장기병 연구 핵심 자료" 27일부터 일반에 공개
1천600년 전으로 추정되는 금동관 일부와 사람 및 말의 갑옷, 투구 일체, 남성 장수 및 순장된 시종의 인골 등이 출토됐다. 역대 신라 무덤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유산청과 경북 경주시는 경주 황남동 120호분 적석목곽분(골무지 덧널무덤) 밑에서 이전 시기에 조성됐던 목곽묘(덧널무덤)를 새롭게 확인했고, 총 165점의 유물이 나왔다고 20일 밝혔다. 이 무덤은 '경주 황남동 1호 목곽묘'로 명명했다.
'황남동 1호 목곽묘'는 황남동 120호 무덤의 북쪽 호석(護石·둘레돌) 부근에서 발견됐다. 무덤은 나무로 짠 곽 안에 널과 부장품을 안치하는 목곽묘 형태로, 적석목곽분 형태인 120호 무덤 아래에 있었다.
이번 발굴 조사를 담당한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측은 신라 고분의 변천 과정, 출토된 유물 등을 고려할 때 이 무덤이 4세기 말에서 5세기 전반에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에서 신라에서 가장 오래됐다고 추정되는 금동관 일부가 출토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신라 지배층의 금속 공예 기술 실체를 밝혀낼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사람과 말의 갑옷과 투구 일체도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특히 경주 쪽샘지구 C10호분에 이어 신라 고분에서 두 번째로 나온 마갑(馬甲·말의 갑옷)은 5세기 전후 중무장을 하고 말을 타고 싸우는 신라 무사 즉 중장기병의 실체와 지배층의 위상을 입증하는 귀중한 유물로 주목받고 있다.
무덤은 주곽(主槨)과 부곽(副槨)으로 구분됐다. 주곽에서는 큰 칼을 장착한 남성 장수로 추정되는 인골이 발견됐다. 치아 분석 결과, 나이는 30세 전후로 추정된다. 부곽에서는 각종 부장품과 함께 순장된 인골 한 구가 확인됐다. 장수를 보좌하던 시종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 그동안 추정하거나 일부만 확인됐던 순장자 인골 전신 자료를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장례 풍습 연구에 있어 실증적 자료"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발굴은 단순히 새로운 무덤을 발견했다는 의미를 넘어, 신라의 무덤 양식이 목곽묘에서 적석목곽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환기적 사례다. 특히 출토된 갑옷·투구 일체는 쪽샘 C10호분과 함께 신라 중장기병 연구의 핵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발굴 현장을 2025년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일반에 공개한다. 남성 장수의 인골과 금동관, 갑옷· 투구 일체는 같은 기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신라월성연구센터(숭문대)에서 전시해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한편 국가유산청과 경주시는 APEC을 앞두고 신라 천문학의 상징인 첨성대 외벽에서 외벽 영상(미디어 파사드)을 선보인다. 이날 오후 6시 30분 점등식을 시작으로 다음 달 1일까지 매일 상영한다. 단순 조명이 아닌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활용해 첨성대 전체를 거대한 스크린으로 구현한다. 은하수와 유성우, 혜성이 쏟아지는 장면과 함께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별자리, 사신도 속 청룡·백호·주작·현무 등을 등장시켜 한국 천문학의 역사와 신화를 보여준다.
통일신라 정원 문의 정수인 '경주 구황동 원지'는 APEC을 맞아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한 '빛의 정원'으로 탈바꿈한다.
경주 구황동 원지는 7~8세기경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지와 인공섬(소도와 대도), 호안석축의 구조가 확인된 유산이다. 당시 신라 지배층의 정원 문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내달 1일까지 방문객들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화려하게 야간조명을 밝힌 유적 일원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