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추진 중인 사업에서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청구)이 발생하는 등 어닝쇼크(실적 충격)이 예상되자 국내 증권사들이 목표가를 대폭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투자증권은 현대건설이 3분기 실적 충격(어닝 쇼크)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목표주가를 9만5천원에서 18.9% 내린 7만7천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매수 의견은 유지하며 주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4만8900원이 밸류에이션 바닥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기준 현대건설은 전일대비 0.18%(100원) 오른 5만6천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대건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조1천627억원, 영업이익은 7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은 시장 평균 전망치(컨센서스)이지만, 영업이익은 64.1% 밑도는 수준이다.
그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프로필렌·폴리프로필렌(PDH·PP) 현장 사업주가 금융기관에 P-Bond(계약이행보증서) 보증 이행을 요구했다"며 "P-Bond 규모는 1천700억원으로 보증을 이행한 금융기관의 구상권을 감안해서 3분기 비용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의 공동주택 준공 현장에서 하도급사 정산 비용이 발생했다"며 "규모는 약 300억원"이라고 덧붙였다.
IBK투자증권도 이날 현대건설의 지속화하는 현장 손실과 관련해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 부진을 지적하며 목표주가를 8만5천원에서 7만원으로 내렸다. 다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3·4분기 영업실적은 매출 7조5천억원, 영업이익 46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3%, 59.1% 줄어든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인 1천837억원을 74.6% 하회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사우디 3개 현장과 폴란드 석유화학 프로젝트 손실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남은 4·4분기 실적도 밝지 않다는 게 조 연구원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4·4분기 영업이익도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플랜트 현장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발주처와의 계약 변경 보상(VO 클레임) 협상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건설도 목표주가를 낮췄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목표가를 9만7천원에서 7만9천원으로 18.5% 하향 조정했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3분기 대규모 손실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서 도급 계약을 미이행했다는 이유로 발주처가 계약 이행 보증금을 몰수하는 위기에 처했다. 이 두 곳의 손실 등을 감안할경우 현대엔지니어링은 3분기 2천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 2023년 8월 준공 예정인 폴란드 사업장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해, 지난 8월 본드콜이 요청돼 계약이행 보증금을 지급했다"며 "말레이시아 사업장은 현지 법원에 보증금 지급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 지급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