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을 준비한다]이도훈 총감독 "손님들에게 K컬처의 실체를 보여주겠다"

입력 2025-10-22 16: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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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APEC 2025 KOREA 경북도 문화축전 문화총감독 인터뷰

이도훈 APEC 2025 KOREA 경북도 문화축전 문화총감독이 이번 행사의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이도훈 APEC 2025 KOREA 경북도 문화축전 문화총감독이 이번 행사의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경주로 수학여행 오는 APEC 손님들에게 K컬처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습니다."

경북도 APEC 문화축전을 총괄하는 이도훈 문화총감독(홍익대 교수)은 20년 전 부산 APEC 문화예술 총연출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이번 무대가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신감을 증명하는 자리"라며 "다시 경주에서 세계를 맞이하게 돼 감회가 크다"고 전했다.

APEC 문화축전은 경북도가 각국 정상과 영부인, 언론인, 경제인, 시민 등을 위해 보문호수와 대릉원 등 경주 일대에 마련한 문화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중 가장 핵심인 멀티미디어쇼와 5韓 테마, 한복패션쇼 등을 그가 지휘한다.

이번 문화축전의 핵심 철학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 사상에서 비롯된 '원융회통(圓融會通)'이다.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의미다. 그는 "원융회통이야말로 APEC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21개국이 각자의 문화를 지닌 채 대한민국의 공동체적 정신을 함께 느끼는 무대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 총감독은 이번 행사의 주제를 '우리'로 정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나비'가 있다. 그는 "APEC 엠블럼 자체가 나비와 신라 수막새의 결합"이라며 "첨성대를 이야기의 포탈로 삼아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여정을 그렸다"고 말했다.

공연의 흐름은 나비의 진화로 전개된다. 신라의 에밀레종 소리로 시작해 황금나비가 탄생하고, 한국의 5한을 거치며 색동나비로 변한다. 그는 "색동나비는 곧 현재의 K컬처를 상징한다"며 "미래로 향하는 과정에서 나비가 21개국의 응원을 받아 AI 나비로 진화하고, 그 나비효과가 전 세계를 밝히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고 덧붙였다.

이도훈 APEC 2025 KOREA 경북도 문화축전 문화총감독이 경주 보문단지 수상공연장에서 무대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도훈 APEC 2025 KOREA 경북도 문화축전 문화총감독이 경주 보문단지 수상공연장에서 무대를 설명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는 우리를 알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세계는 이미 한국을 알고 있다"며 "이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Made in Korea'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앞으로는 'Created in Korea'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문화적으로 '리더 국가'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번 축전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문화외교의 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행사는 K컬처의 실체를 직접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각국 정상과 대표단이 보고, 듣고, 맛보고, 체험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그 경험이 곧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는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경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전국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찾았던 이유가 있다"며 "이번에 오는 사람들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경주로 수학여행을 오는 셈이다. 세계가 함께 오는 거대한 뮤지엄이자 수학여행지"라고 표현했다.

이 총감독은 국민 모두가 문화외교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경주시민과 경북도민,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홍보대사"라며 "현장에 오시든 멀리서 보시든 우리 문화를 자랑스럽게 알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주인공이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 이벤트 연출 전문가이자 뉴미디어 콘텐츠 기획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제작단장(총감독)을 역임하며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선보였고 그 공로로 체육포장을 수훈했다. 2005 부산 APEC 정상 만찬 문화공연 총연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폐막식 및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기획 제작감독 등을 맡으며 대형 이벤트의 기획과 연출을 이끌었다. 대통령 취임식 총감독을 두 차례(17대, 20대)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