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 가정을 위한 보험료 감면과 납입·대출 상환유예 제도가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보험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금융당국이 저출산 해법에 금융 지원을 결합한 '저출산 지원 3종 세트'가 가동되는 것이다.
◆저출산 극복 3종세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보험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보험이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 안전망이자 자본형성의 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출산·육아 가정의 실질적 부담을 줄이는 상생형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어린이보험 보험료 할인'이다. 출산이나 육아휴직을 한 부모는 최소 1년 이상 자녀의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율과 기간은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연 보험료 9조4천억 원에 달하는 모든 어린이보험이 대상이다.
단, 출산 사유일 경우 '형제·자매 출산'만 해당돼 둘째 출산 시 첫째 자녀의 보험료가 할인된다. 반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에는 모든 자녀에게 제한 없이 할인 혜택이 적용된다.
보험업계는 기존 가입자도 추가 계약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특약을 일괄 부가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보험료 납입유예 제도다. 출산이나 육아휴직으로 소득이 줄어든 계약자는 보험료 납입을 6개월 또는 1년간 미룰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별도의 이자나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대상은 생명·손해보험 등 모든 보장성 인보험(연 보험료 42조 7천억 원 규모)이며, 일부 납입유예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품만 제외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실질적인 가계 숨통을 틔워주는 제도적 완충 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보험계약대출 상환유예다. 계약대출 잔액 70조 원 규모의 모든 보험계약이 대상이며, 최대 1년간 상환을 미룰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자 부담은 없다. 이 제도 역시 출산 또는 육아휴직을 한 계약자(배우자 포함)가 사유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전산 개발을 거쳐 2026년 4월부터 전 보험사 동시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세 제도를 함께 이용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연간 약 1천200억 원의 소비자 부담 경감 효과를 예상했다.
이번 '저출산 지원 3종 세트'는 단기적 마케팅이 아닌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 실험으로 평가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이 단순한 리스크 보장 산업을 넘어 '출산 친화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국민 체감형 금융 혁신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신뢰 회복과 금융 대전환 병행
이날 간담회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보험산업의 체질 개선' 논의의 장이기도 했다. 금융위는 IFRS17·K-ICS 등 새 회계제도 안착을 위해 손해율 등 계리가정을 구체화하고, '기본자본 비율 규제'를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또 최종관찰만기(국고채 수익률을 반영하는 할인율 산정 구간)를 기존 20년에서 30년으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금리 변동에 취약한 보험사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듀레이션 갭 지표'를 경영실태평가에 신설한다.
이억원 위원장은 "2035년까지 10년에 걸쳐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자본의 질을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건전성 중심의 보험산업이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보험업계가 추진 중인 지자체 상생상품 공모(150억 원 규모)도 함께 소개했다.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춰 설계한 신용보험·기후보험·풍수해보험 등 공공형 상품에 시민이 무료로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위원장은 "보험이 단순히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넘어 국민 생활의 실질적 안전망이 돼야 한다"며 "청년 고용과 사회적 금융 역할에도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