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이 직원에 폭언, 무리한 사업 책임 전가" 진정 제기
대구노동청 "직권조사, 규정상 대표만 가능"
진정인 "상임이사 곧 퇴임하면 본부장이 대표 역할"
노동당국이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한 간부가 직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았다는 진정에 대해 직권조사 대신 재단 자체조사 권고를 내리기로 했다. 일부 직원들은 자체조사과정에서 진정인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재단 직원 A씨는 지난달 19일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고, 최근 대구노동청에 진정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A씨의 진정에는 "경영본부장 B씨가 각종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기고, 직원들에게 폭언을 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른 직원 2명의 진술서도 함께 제출했다.
이에 대구노동청은 조만간 재단 측에 '자체조사를 개시하라'는 권고가 담긴 공문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진정인은 대구노동청에 '직권조사'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진정인은 재단의 특수한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직권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20명 안팎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재단은 자체 조사위를 꾸릴 여력이 부족한 조직"이라며 "게다가 B본부장은 이미 상임이사의 업무 상당 부분을 위임받아 처리하고 있고, 몇 주 뒤 상임이사가 퇴임하면 모든 업무를 B본부장이 맡게 된다. 그러면 본부장이 사실상 '사업장의 대표' 위치가 되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노동당국은 규정상 직권조사는 사업장의 대표가 조사 대상이 되거나, 자체조사가 미비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단은 조사위를 구성한 뒤 노동청으로부터 진정인 등의 실명이 담긴 진술서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피진정인에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때 결국 진정인이 특정될 수밖에 없다"며 "'조사 이후 직권조사'나 '보복행위에 대한 형사처벌가능 규정' 등을 활용해 진정인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진정인 노출 등 직원 우려를 감안해 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도심재생문화재단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대구노동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해 진정 내용 자체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며 "공문을 받게 되면 노동청 권고에 걸맞게, 직원들의 우려를 최소화하며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