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더불어민주당 전신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해 "엄청난 교통 문제와 주변 상가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재원으로 우선 복지에 치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20여년이 지났다. 지난 1일 서울시는 청계천 일대에서 '청계천 복원 20주년 행사'를 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청계천 연평균 방문객은 1천600만명, 누적 방문객은 총 3억3천만명이었다. 개장 이후 공연만 3만7천회, 각종 행사도 2천건을 넘었다.
지난달 한강버스가 처음 운행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박홍근 의원은 "오세훈식 졸속·전시 행정의 대표작이자 시민에겐 골칫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며 "한 달 동안 손 본다고 세금을 또 얼마나 더 쏟아 부을지, 오세훈표 밑 빠진 독으로 세금이 줄줄 흘러 나간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세빛섬·수상택시에 이어 한강버스까지 세금 먹는 하마만 한강에 풀어놨다"고 비판했다.

한강은 보통 강이 아니다. 런던의 템즈강과 파리의 세느강과 달리 폭이 1㎞에 이를 만큼 장엄하다. 그 장엄함은 축복이면서 동시에 과제다. 교통과 연결성 때문에 때론 장애물이 된다. 강남과 강북은 다리 30여 개로 이어졌지만 체감은 딴 도시처럼 멀기도 하다.
한강 접근성이 거주지역과 소득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한강버스사업은 한강이라는 공공자원을 '강변 거주자의 전유물'에서 '모든 시민의 공유 자산'으로 넓히려는 시도다. 강변 아파트 주민만이 아니라 마곡의 직장인, 마포의 대학생, 잠실의 부모와 아이까지 물 위에서 한강을 체감하게 하려는 구상이다.
물론 운영상 미숙함은 비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건 '중단 사유'가 아니라 '개선 사유'다. 런던과 파리도 마찬가지였다. 템즈강의 '클리퍼스'는 조류 문제와 적자 우려 속에서 출발했고 세느강의 '바토뷔스'도 처음엔 관광용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시민의 발로 자리 잡은 동시에 여가의 수단이 됐다. 시민의 추억 쌓기는 원동력이 된다. 한강버스는 출범 3일 만에 탑승객 1만명을 돌파했다.
2002년 김민석 후보는 청계천 복원을 결사반대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은 서울의 상징이 됐다. 김민석은 정계에 복귀해 국무총리까지 올랐지만 '청계천 반대자'라는 딱지는 아직도 그를 따라다닌다. 비전의 순간을 외면한 대가다.
3년 전쯤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 75%나 된다는 보도가 나와 한국 사회의 속을 제대로 긁었다. 더 재미난 건 20년 전 한국의 실질문맹률 역시 75% 정도였다는 점이었다. 실질문맹률만의 문제이길 빈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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