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아시아를 방문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17일(현지시간)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미 정부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조율하는 방안을 조용히 검토했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북한 측에 서한을 보내며 접촉을 시도했지만, 평양에서 공식적인 응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당시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때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또 백악관 경호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APEC 계기 방한에 앞서 두차례 한국을 찾았지만 판문점 지역을 답사하지는 않았다고 CNN이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미중 간 무역 갈등 속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 주력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재회에 대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번 순방이 회담을 모색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한 이후였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CNN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 초청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북한 역시 일정 부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 정황이 있다.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의향이 있음을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개인적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좋은 기억이 아직도 있다"며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공허한 집착을 버리고 현실 인식에 기반하여 북한과 평화 공존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우리가 미국과 마주 앉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 간 실질적인 대화는 중단된 상태다. 한국 통일부는 현재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남북 간의 실질적인 소통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