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맑음'
10월 21~26일 봉산문화회관 3전시실
입체물에 영상 투사 '프로젝션 맵핑' 통해
몰입감·생동감 있는 미디어 공간 구현
"관람객들이 바쁜 일상을 잠깐 잊고, 낯설고 환상적인 세계에서 동심을 떠올리며 쉬어가는 전시가 되길 바랍니다."
미디어아티스트 배문경이 10월 21일부터 2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3전시실에서 개인전 '이상한 나라의 상상이야기_맑음'을 연다.
그의 작품은 평면 스크린에 영상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미디어아트와 달리, 입체물이나 공간에 맞게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기법이다.
전시장에 덩그러니 놓여진, 정지된 형태의 흰색 입체물들은 영상을 쏘는 순간 형형색색의 빛을 입고 마치 생명을 얻은 듯 살아난다. 작가는 "정지된 것에 움직임과 생동감을 더해 변화를 줄 수 있는 영상 작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학부 시절부터 페인팅보다 입체나 설치 위주의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여기에 수업을 통해 미디어 활용 방법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머릿속 이미지를 구현하는데 비교적 한계가 적은 영상과 입체를 택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기술적으로 생소한 부분이 많았을텐데, 그는 단숨에 경북대학교 디지털미디어아트학과 박사과정까지 밟을 정도로 깊게 연구했다.
작업 초기 그는 도구와 기술을 익히는 데 초점을 두고, 고흐와 피카소 등 익숙한 명화를 입체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민화를 소재로 한 프로젝션 맵핑 작업을 이어왔다. 호작도 속 호랑이나 봉황의 형상을 3D프린팅한 뒤 그 위에 형상에 맞게 영상을 투사해 마치 살아있는 느낌이 들도록 한 것. 작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시 태어난 전통 회화는 관람객들에게 좀 더 친근하고 신선하게 다가가는 동시에, 미디어아트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폭포나 소나무, 돌 등 주변 자연물까지 프로젝션 맵핑해 공간에 하나의 풍경을 입히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전시장 전체를 몰입형 미디어 공간으로 구현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요즘, 잊고 지냈던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을 아이와 함께 다시금 느끼고 있어요. 아이는 1m를 채 가기도 전에 새로운 벌레, 이름 모를 풀과 꽃을 들여다보며 "이게 뭐예요?" 질문도 하죠. 저도 함께 자세히 보며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작은 곤충이 어느새 커다랗게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작고 하찮게 지나쳤던 것들이 조그만 아이의 눈에는 큰 세상이었던거죠. 그 순간 느꼈던 감정, 아이와 함께 바라보았던 세상을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전시장에서는 거대한 숲 속에 들어선 작은 아이가 된 듯한 몽환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밧줄로 만든 커다란 거미줄과 천으로 만든 이파리, 3D프린트로 만든 개미 등 곤충들을 배치하고 관람객들이 그 속을 거닐 수 있도록 했다. 빔 프로젝터를 통해 사방에서 투사하는 영상과 소리는 전시장을 한층 더 실감 나는 공간으로 만든다.
작가는 "빛과 만난 거대한 자연물은 관람객을 낯설지만 환상적인 세계로 인도하듯 호기심을 자극한다"며 "전시장에 머무는 동안은 현재의 나에서 벗어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되돌아가,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빠르고 시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다보니 관람객들이 점점 웬만한 것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사실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고민이 많다. 메시지나 주제에 깊이를 더하며 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성실하게 작업해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