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구성 조율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 타결 주목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16일(현지시간) 동시에 미국을 찾아 대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막판 총력전에 돌입했다. 한국이 미국에 약속한 대미 투자 패키지(총 3천500억달러 규모)의 구성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두 달 넘게 지속돼 온 양국 간 협상 교착 상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무역협정이 최종 타결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7일 관계부처와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16일 오후 미국 워싱턴 D.C.의 상무부 청사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김용범 실장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했다. 상무부 청사에 도착한 김 장관은 국내 취재진 질문에 "(협상을) 잘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양국 무역협상의 대표격이다. 김 장관은 추석 연휴 중이던 지난 4일 뉴욕을 찾아 러트닉 장관을 만난 지 2주도 안 돼 다시 마주한 것이다.
이번 회동은 그간 가장 큰 쟁점인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 투자 패키지의 구체화 방안을 놓고 상당한 이견을 보인 양측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아가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김 장관과 함께 미국에 도착한 김용범 실장은 입국 직후 취재진에 "지금까지와 비교해볼 때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 분위기에서 협상하고 있는 시기"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이날 입국 직후 첫 일정으로 백악관 업무 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찾아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여분간 면담, 양국 간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여 본부장도 동행했다.
김 장관은 면담 후 "'마스가'에 대해 여러 가지 건설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을 뜻하는 용어로,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이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 지을 때 우리 측에서 미국에 제안한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전날 미국에 도착해 측면에서 협상을 지원 중이다. 구 부총리부터 김 실장, 김 장관, 여 본부장까지 각료급 인사 4명이 협상 진전을 위해 한꺼번에 미국을 찾은 것이다.
구 부총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미했지만,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한 소통을 이어갔다.
구 부총리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전날 만나 대미 투자 선불 요구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워싱턴 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실무 장관은 (3천500억달러 전액 선불 투자가 어렵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데 얼마나 대통령을 설득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느냐 하는 부분은 진짜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