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의 한 식당에서 반려견을 대상으로 비비탄을 난사해 죽이거나 다치게 한 해병대원 2명이 군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별다른 인사 조치 없이 전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한 명은 최근 분대장에 임명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해병대수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군검찰에 송치된 해병대원 A씨와 B씨는 현재 소속 부대에서 정상 근무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6월 8일, 경남 거제 한 펜션 인근 식당 마당에서 발생했다. A씨와 B씨는 투숙 중이던 펜션 인근 식당 마당에 목줄로 묶여 있던 반려견 4마리를 향해 비비탄 총을 발사하고, 마당 내 돌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는 동물보호법 위반 외에도 특수재물손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됐다.
피해 반려견 중 일부는 안구 적출과 출혈, 파행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으며, 기력이 저하됐던 반려견 한 마리는 사건 다음 날 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동영상에는 피의자들이 "이마 쏴, 이마", "오늘 뒤졌다. XX, 야! 또 까불어봐, 까불어봐" 등의 발언을 하며 비비탄 총을 난사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중앙수사대는 이들을 반려견 3마리에 대한 동물보호법 위반 및 기타 혐의로 지난 2일 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사망한 반려견에 대해서는, 진술 부족과 함께 사망 원인이 림프종으로 추정된다는 진료 기록에 따라 증거불충분 불기소 의견이 내려졌다.
병역법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구속 중에 복무기간이 끝난 때에는 불기소 처분 또는 재판 등으로 석방됐을 때 전역 조치에 필요한 경우' 전역이 보류된다. 병역법상 구속 상태가 아니면 전역에는 제약이 없어 A씨는 약 40일, B씨는 약 130일 후 각각 전역 예정이다.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 징계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들 중 한 명은 지난 2일 분대장에 임명됐다. 분대장은 부대 내 규율과 질서를 책임지는 역할로, 해당 병사가 수사 대상임에도 지휘권을 부여한 결정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의원은 "기소가 돼야만 징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범행이 명백하고 죄질이 중한 사건의 경우 신속한 징계를 통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특히 잔인무도한 범죄로 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에게 지휘자 자격을 부여한 것은 오히려 그 행위를 문제없다고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해병대수사단은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해 법령에 의거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병대는 사건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법과 규정에 따라 철저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