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삼성, 2위 한화와 5전 3선승제 승부
선발투수진 강한 한화, 삼성은 막강 화력
1차전서 가라비토가 폰세와 선발 맞대결
4번 타자 디아즈, 한화 마운드 공략 앞장
이 고비를 넘으면 정상이 눈앞이다. 정규 시즌 4위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 나선다. 상대는 2위 한화 이글스. 그 다음은 1위 LG 트윈스가 기다리는 한국시리즈다. 삼성 타선이 한화 마운드를 무너뜨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세라는 예상 뒤집기
삼성의 전진이 계속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제쳤다.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즌 3위 SSG 랜더스를 격침했다. 플레이오프 상대 한화의 강점은 강력한 마운드. 투수진을 앞세워 2위에 올랐다. 삼성이 불리할 거란 예상이 적지 않은 이유다.

삼성의 순위가 낮았던 만큼 적지에서 먼저 겨룬다. 플레이오프 1, 2차전은 17, 18일 대전에서 열린다. 3차전은 하루 쉰 뒤 20일 대구에서 펼쳐진다. 4차전 역시 21일 대구에서 진행된다. 5차전까지 간다면 다시 대전으로 돌아간다. 23일이 경기 예정일이다.
역대 사례를 보면 삼성이 불리하다. 와일드카드를 거친 팀이 준플레이오프를 넘어 플레이오프까지 극복한 뒤 한국시리즈까지 간 게 단 1번뿐. 그것도 코로나19 탓에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모두 3전 2선승제로 치러진 것이었다. 2021년 두산 베어스가 주인공.

오래 '가을 야구'를 하기엔 체력 부담이 크다. 삼성은 정규 시즌 144경기를 치른 뒤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주전 포수 강민호의 체력이 문제. 마운드가 안정되려면 그가 필요하지만 이미 많이 뛰었다. 하지만 매 경기 총력전이라 쉬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해볼 만한 승부다.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이 모두 6이닝 이상 던져 불펜을 아꼈다. 한화는 2주 간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반면 삼성은 실전을 통해 경기 감각, 특히 타격감을 바짝 끌어올렸다. 큰 경기 경험도 강점. 분위기 역시 최상이다.
◆폰세 상대는 가라비토

더 두꺼운 방패다. 준플레이오프 상대 SSG는 정규 시즌 팀 평균자책점 2위(3.63)였다. 이 부문 1위(3.55)가 한화. 이른바 '폰와류문' 덕분이다. 올 시즌 리그를 지배한 코디 폰세를 비롯해 라이언 와이스, 베테랑 류현진, 강속구 신예 문동주가 선발투수진을 이룬다.
예상대로 한화의 1차전 선발은 폰세. 올 시즌 29경기에서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승률(0.944), 탈삼진(252개) 1위. 다승은 공동 1위다. 시속 155㎞를 넘나드는 강속구에 변화구 구종도 다양하다. '슈퍼' 에이스라 하기에 손색없다.
삼성은 고민했다. 최원태와 헤르손 가라비토가 1차전 선발 후보. 박진만 감독은 14일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직후 "원태인과 후라도는 (준플레이오프에서) 많이 던져 1, 2차전은 나서기 쉽지 않다. 최원태와 가라비토 중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결정을 미뤘다.

16일 박 감독의 최종 선택은 가라비토. 등판 순서로만 따지면 최원태가 나설 차례였다. 최원태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5대2 삼성 승)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이 승리로 삼성은 시리즈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었고,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가라비토가 1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가라비토는 한화에 강했다. 2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00. 최원태는 한화전에서 2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막강한 폰세를 맞아 피해가지 않겠다는 뜻. 한화에 더 강했던 투수로 맞불을 놓는다.
◆디아즈 앞세운 공격력

한화 마운드는 리그에서 손꼽힌다. 반면 공격력은 그보다 못하다. 정규 시즌 팀 타율 4위(0.266), 팀 홈런 6위(116개). 반면 삼성은 화력이 강하다. 팀 타율 2위(0.271), 홈런 1위(161개)다. 결국 삼성의 창이 한화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삼성 공격을 이끄는 건 4번 타자 르윈 디아즈. 폰세가 팔로 리그를 지배했다면 디아즈는 빠르고 강한 스윙으로 리그를 호령했다. 홈런(50개), 타점(158점), 장타율(0.644) 모두 1위. 단일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도 세웠다. 폰세의 시즌 최우수선수(MVP) 경쟁자다.

'가을 야구'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변화구, 속구 모두 잘 공략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 4차전 2대2 동점이던 8회말 결승 2점 홈런을 쏘아올린 건 명장면.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짓는 한방이었다. 시즌 때 그랬던 것처럼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탁월했다.
삼성은 적지에서 1, 2차전 중 한 판만 잡아도 성공이다. 안방 대구에서 열리는 3, 4차전엔 원태인과 후라도가 등판한다. 여기서 시리즈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 디아즈가 대전에서 한화 선발진에 균열을 낸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다만 창 하나론 부족하다. 구자욱, 김지찬과 김성윤, 중장거리포을 갖춘 김영웅과 이재현의 지원 사격이 필수. 구자욱과 김지찬의 타격감이 살아난 점은 천군만마다. 김성윤, 이재현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고 있다. 허리를 다친 김영웅이 가세하면 타선이 더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