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국감 중 '대법원 현장검증'…삼권분립 훼손 비판 속 국힘 보이콧

입력 2025-10-15 18:27:42 수정 2025-10-15 18: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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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재판자료 접속 기록 확인하겠다" 대법관 집무실까지 살펴봐
국힘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 법원 점령한 것과 다름 없어" 강력 비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관련 서류 제출 요구의 건' 처리에 재판 개입이라 주장하며 추미애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직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준비한 인사말을 하지 못한 채 현장점검으로 이어지자 법사위원장석 상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직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준비한 인사말을 하지 못한 채 현장점검으로 이어지자 법사위원장석 상황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찾아 사상 초유의 '대법원 현장검증'에 나서면서 강한 파열음을 냈다.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상고심과 관련한 전산 로그 등 기록을 살펴봐야겠다며 검증을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반발하며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당 "재판자료 접속 기록 확인하겠다"

국회 법사위는 국정감사 사흘째를 맞은 이날 오전 대법원 2차 국감에 나섰다. 이번 현장 검증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신속한 상고심 처리와 관련해 여당 측에서 대법관 등 재판 관계자들의 전자문서 접속 로그 기록 확인 필요성 등을 주장하며 이뤄졌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여당 주도로 법관들의 기록 접근 이력과 재판연구관 검토 및 보고 관련 기록 등에 대한 서류제출 요구 안건을 의사일정으로 추가해 채택했다. 야당 측은 "입법 권력을 빙자한 폭동"이라며 반발했으나 막아내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늦게부터 현장 검증을 주도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당초 인사말을 준비했으나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고, 추 위원장은 정오 무렵 "시간 관계상 현장으로 이동하겠다. 행정처에서는 처장님을 필두로 현장으로 안내해 달라"며 현장 검증을 강행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회의실 문을 막아섰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장을 벗어나 행정처 직원들의 안내 없이 승강기를 타고 이동했다.

천 처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이석에도 자리에 남아 누군가와 통화하는 등 여당의 '돌발행동'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범여권 의원들은 결국 법원행정처장실에서 1시간가량 천 처장과 면담한 이후 대법정과 소법정은 물론 대법관 집무실까지 살펴봤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관 수 증원을 대비한 확인이었다"며 현장검증의 의미를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김 의원은 또 "사건 심리에 대한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은지 절차적 검증, 법원 사무에 대한 검증을 하는 것"이라며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국감이라는) 국민의힘 주장은 사실무근이고, 국감을 훼방 놓기 위해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사위원들과 대법원 16층에서 오찬장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했을 뿐 다른 장소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 후반부 일정 보이콧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법원 현장검증의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동행하지 않았다. 아울러 범여권 주도의 현장검증이 장시간 이어지면서 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하고 국감 현장에서 퇴장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 내정자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후 4시쯤 대법원 현장국정감사장 앞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힘은 오늘 국정감사 파행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의 대법원 국감을 두고 "원님 재판, 인민재판식으로 대법원까지 장악하겠다는 대국민 엄포"라며 "헌정사상 초유의 폭거이자 일당독재로 사법부 압수수색과 현장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 의원은 "오늘의 검증은 불법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검증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검증을 강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법원을 점령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 목적은 이재명 대통령 재판 무죄 만들기, 그리고 사법부 해체 진행이다"라면서 "오늘 휘젓고 다니고 점령하며 그들이 꾀하는 것은 대법관을 증원해 마음대로 주무를 사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 사법을 완전히 거꾸로 돌려놓은 민주당이 국민과 역사 앞에 책임질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도 "명백하게 국감 범위를 벗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