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조사 8일 만에 숨진 양평군청 공무원에 대해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며 "감찰에 준하는 조사를 하겠다"고 13일 뒤늦게 밝혔다. 직접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도둑이 도리어 방망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속담이 어울릴 듯한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숨진 정 씨의 메모, 유언장, 주변의 증언 등은 한결같이 특검의 강압적 수사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21장 분량의 유서에는 강압 수사의 구체적 내용이 더욱 상세하게 적혀 있다고 한다. 유엔과 국제엠네스티는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신적 압박·강요·학대 등도 고문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특검에 의한 고문치사(拷問致死)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특검의 구조적 문제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숨진 정 씨를 조사한 9팀은 민중기 특검 9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검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검사 없는 특검 수사팀'이라는 기형적 조직이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더욱이 바로 이 9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강제구인 시도 때 인권유린(人權蹂躪)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숨진 정 씨 변호인은 특검의 심문조서에 허위 내용이 담겼다고 폭로하면서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양평경찰서는 유서(遺書)를 유족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비판이 급증하자 유족 반대를 무릅쓰고 부검을 한 뒤 사본을 제공했다. 문제의 특검 9팀 팀장이 양평경찰서장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에 대한 폭력 수사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죽음을 정치화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세월호, 이태원 사건 등 죽음의 정치화를 주도한 측은 오히려 민주당이었다. 억울한 죽음에 관한 진실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가해자(加害者)로 의심되는 특검이 아닌 독립적인 기관에서 조사·수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