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원 보장·외박 가능"…SNS에 퍼지는 고수익 미끼, 알고 보면 범죄 조직의 덫
'한 달 700만원 보장', '숙식 제공', '외박 가능' 등 솔깃한 문구로 무장한 동남아 취업 유인글이 온라인상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현지 범죄조직에 감금되고 고문을 당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구직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내세운 게시글이 활개를 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인 채용공고처럼 보이지만, 막상 현지에 도착하면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로맨스 스캠 등 범죄조직의 일원으로 가담하게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자리를 미끼로 삼은 범죄가 나날이 정교해지는 가운데, 개인의 부주의는 곧바로 심각한 인신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SNS와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는 이들 유인글은 대부분 '텔레마케터', '서류 전달', 'VIP 동행 여행' 등의 직종을 내세우며 월 수백만 원의 급여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캄보디아 관련 범죄 보도가 잇따르자, 모집 지역을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으로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장소만 달라졌을 뿐 채용 방식이나 내용은 이전과 판박이다. 일부 글은 "감금은 절대 없다", "외출 자유" 등 신뢰를 얻기 위한 문구를 교묘하게 포함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출국 후 여권을 빼앗기고 강제로 특정 조직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거나, 실적을 채우지 못할 경우 폭행·고문 등의 피해를 당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인글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합리성을 따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남이공대학교 김용현 교수(경찰행정학 박사)는 "합법적인 취업이라면 출국 전 정식 절차와 비자 발급이 이뤄지며, 업무 내용·근무시간·근로계약서 등도 명확해야 한다"며 "과도한 고수익을 보장하면서도 절차가 생략돼 있거나 불분명한 경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SNS DM'이나 '비공개 채팅방'을 통해 이뤄지는 일대일 접촉은 특히 경계해야 한다. 대부분의 유인 시도는 게시글에 연락처를 남기고 1:1 대화를 유도한 뒤, 텔레그램 등으로 이동해 조직이 미리 준비한 대본대로 응답하며 피해자를 속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고수익 보장을 내세운 허위 채용 공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SNS 공간에서 이뤄지는 활동은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피해 예방책은 '개인이 의심하고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꼼꼼히 점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첫째, 취업비자 및 공식 초청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동남아 지역에서 외국인이 근무하려면 대부분 해당 국가의 취업비자가 필수인데, 이를 생략하고 관광비자 입국을 유도할 경우 불법 취업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업무 내용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간단한 경우 의심해야 한다. '전화만 받으면 된다', '서류만 전달하면 된다'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업무에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말은 대부분 거짓이다.
셋째, 근무지와 사업장의 실체를 구글 지도, 현지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소를 검색했을 때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관련 정보가 없을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한다.
넷째, 채용 공고에 연락처만 있고 회사 이름·등록번호·담당자 정보 등이 누락된 경우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 합법적인 기업이라면 기본적인 회사 정보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해외에 기반을 둔 불법 조직들은 국내에서 채용·모집 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스스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범죄 현장으로 끌려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 예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병행되고 있다. 경찰은 주요 구인구직 플랫폼 및 SNS 게시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며, 외교부 역시 해외 취업과 관련된 경고문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시로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고수익 유인'을 비판하는 일반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캄보디아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자 범죄조직들이 인접 국가로 활동 무대를 바꾸고 있다"는 의견과 함께 관련 게시글을 스크린샷으로 공유하는 등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자구책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수입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공식 채널을 통한 구직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20~30대 청년층은 해외 경험이나 빠른 경제적 성공에 대한 기대가 높아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내 능력이나 경험과 동떨어진 과도한 보상이 제시된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청은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메신저 앱 내에서 이뤄지는 불법 구직 유인 행위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 가능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