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결근 39회·폭행·마약 12회 투약까지…"봐주기식 징계" 구조적 병폐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의 기강 붕괴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경북 김천에 본사를 둔 한국도로공사를 포함해 도로와 공항 같은 핵심 인프라를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윤리 의식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 산하 3개 공기업의 징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2023~2025년 9월) 총 150건의 징계가 집행됐다.
기관별로는 도로공사 103건(68.7%), 한국공항공사 33건(22.0%), 인천국제공항공사 14건(9.3%)이다. 경북에 있는 도로공사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임직원 수를 감안한 1천명당 징계율도 도로공사가 20.2건으로 공항공사(12.3건)와 인천공항(8.8건)의 거의 2배 수준이다. 단순히 직원이 많아서가 아니라 도로공사 내부의 기강 관리 자체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방증이다.
3개 공기업 임직원들의 주요 비위는 '근무기강 해이'(36%)와 '음주·형사비위'(22.7%)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제·계약 비리(17.3%) ▷인사·인권 비리(14.0%) ▷성비위(6.7%)가 뒤를 이었다. 무단결근, 지각, 음주운전 같은 '생활형 일탈'이 과반을 넘는다는 점이 문제다.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근무 규율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기관별로 비위 양상이 뚜렷하게 달랐다. 도로공사는 징계자 100%가 하위직(4급 이하)이며, 무단결근·조기퇴근·업무태만 등 '생활형 비위'가 압도적이었다. 일선 직원에 대한 근태 관리가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 공항공사는 징계 건수는 33건으로 적지만, 고위직(4급 이상) 비율이 21%에 달했다. 인사·보복·갑질 등 '직권형 비위'가 집중됐다. 간부급의 권한 남용이 조직 문화로 고착화된 양상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근태 관리 소홀과 감독 미이행 등 '통제 부실형 비위'가 다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징계의 실효성 부족이다. 부실한 내부통제 속에서 '봐주기식 징계'가 반복되고 있다. 도로공사 직원 A씨는 3년간 39회 무단결근, 27회 조기퇴근을 반복했지만 당초 정직 처분이 감봉으로 경감됐다. 직원 B씨는 64회 지각했지만 견책에 그쳤다. 직원 C씨는 입원 중 개인 물품 배달을 직원에게 지시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이것도 감봉으로 낮아졌다. 아무리 심각한 근태 위반을 반복해도 결국 '월급 조금 깎기' 또는 '경고'로 끝나는 구조다.
항공 부문 공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공항공사에서는 자녀가 지원한 채용 전형을 직접 담당한 간부를 견책했다. 채용 공정성을 근본부터 훼손하는 비위였지만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만 내려졌다. 인천공항공사에서는 근태 신고 없이 휴가를 반복한 직원이 감봉 처분을 받았으나, 과거 포상 실적을 이유로 견책으로 낮아졌다.
심지어 도로공사 직원 D씨는 동료를 폭행했지만 견책에 그쳤다. 직원 E씨는 금지 약물을 12차례나 투약한 뒤에야 파면됐다. 폭행과 마약 투약 같은 중대 비위 앞에서 징계제도가 과연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복기왕 의원은 "공공기관의 기강 해이가 반복되면 정부 신뢰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징계 감경 관행은 구조적 병폐"며 "공기업은 성과보다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 청렴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