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공명당 이탈에 제2야당에 접근
다카이치 총재, 총리 자리 못 오를지도
총리 지명선거까지 일주일이 정국 분수령
합종연횡 불 보듯 뻔해, 향배는 안갯속
이달 말 총리 선거를 앞둔 일본 정국이 안갯속이다. 지난 7월 있은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참패하면서 의석 과반 확보를 위한 합종연횡이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자민당과 공명당의 양자 협력이 26년 만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야당 당수가 총리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쥔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제3야당 국민민주당이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일본 정국이 출렁일 공산이 커졌다.
◆몸값 높아진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임 이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이 총재 자리에 오른 자민당의 근심은 깊어졌다. 공명당 연정을 기본값으로 두고 보수 성향인 국민민주당과 손잡아 여소야대 구도를 극복하려 했지만, 공명당이 이탈한 탓이다.
설상가상 국민민주당도 순순히 손을 잡아주지 않을 모양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우리가 참여해도 과반수가 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오히려 정책이 유사한 공명당에 접근하고 있다.
자민당이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는 것이 산술적으로 유리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중의원 의석 수를 합하면 231석으로 과반(233석)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일본 중의원의 정당별 분포를 보면 총 465석 중 자민당 196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등이다.
여기에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정책 지향점이 근접한 것도 연정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로 꼽힌다. 오사카를 본거지로 삼은 일본유신회는 보수 성향을 띤다. 다만 일본유신회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자민당 총재 당선을 전제로 협력을 고려해 왔다는 점에서 실제 연정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야당 총재, 총리 가능성 상존
자민당을 제외한 야당 연합 합종연횡이 가시화한다면 야당 총재의 총리 지명 가능성도 충분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총리 지명선거에서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를 지지할 수도 있다며 야권 단합을 호소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셋(입헌민주당,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을 더하면 자민당을 넘는다"고 했다. 제1, 2, 3야당을 합하면 210석으로 자민당의 196석보다 많다. 그러면서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와 이르면 14일 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국민민주당은 입헌민주당과의 연정에 거리를 두고 있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의 뿌리는 같지만 안보·에너지 정책 등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는 "국가 운영에 관해서는 '예스' 아니면 '노'"라며 정책 측면에서 입헌민주당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입헌민주당이 국민민주당 요구대로 정책을 바꾼다 해도 총리 지명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0∼50명 정도로 알려진 입헌민주당의 진보 성향 의원들이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에게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유신회는 어느 쪽에도 무게 중심을 이동하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유신회의 이런 자세에 대해 "야당 협력에 호응하는 자세를 보이면서도 자민당 협력 방안도 찾고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