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체, '신성장 동력'으로 건강기능식품 주목
다이소 올해 건기식 시장 진출, 편의점도 판매 돌입
국내 건기식 시장 15조원까지 성장… 경쟁 격화 전망
"영양제가 한 통에 5천원이라고?"
지난 11일 오후 방문한 대구 중구 북성로의 다이소 매장. 젊은 여성 3명이 모여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제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달 18일 문을 연 신규 지점. 이 매장 안에는 건기식과 화장품, 의류 구역 등이 따로 마련돼 있다.
건기식 구역에는 비타민과 루테인, 유산균, 다이어트 보조제 등 여러 제품을 채워 놨다. 가격대는 3천원에서 5천원. 상품별로 하단에 QR 코드를 부착해 소비자가 제품 정보와 의약품 섭취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다이소에서 종종 건기식을 구매한다는 직장인 김모(43) 씨는 "챙겨 먹는 영양제 종류가 많은 편인데, 꾸준히 먹는 것들은 주로 약국에서 사지만 이 외에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며 "소용량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니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매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유통업체 간 경쟁이 활발하다. 저가형 생활용품점부터 편의점,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까지 유통업체들이 건기식을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초저가 경쟁'까지 불붙으며 합리적 가격을 강조한 건기식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성비' '소용량' 제품 부쩍 확대
다이소는 지난 2월 건기식 시장에 진출했다.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전국 200여개 매장에서 종합 비타민제와 칼슘제, 눈 영양제, 혈류 개선제 등 건기식 30여종 판매를 시작했다. 가격은 3천원 혹은 5천원 균일가로 책정됐다.
다이소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고객들이 부담 없는 가격에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균일가로 상품을 출시했다"고 했다. 다이소는 생활용품에 이어 초저가 화장품, 의류, 건기식 등으로 취급 상품군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달부터는 헤어케어 브랜드의 탈모케어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도 건기식을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지난 8월 전국 5천여개 점포에서 건기식 30여종을 선보였다. GS25는 삼진제약과 종근당, 동화약품, 종근당건강 등 주요 제약사와 손 잡고 건기식을 준비했다. 1주~1개월 섭취용으로 구성된 소용량 제품이다.
지난달에는 500여개 점포에 건강·뷰티 상품군 육성을 위한 '카테고리 킬러형 전문 매대'를 마련했다. 유산균, 오메가3 등 건기식을 제공하는 '건강 전문 매대'와 색조·기초 화장품 등 30여종을 비치한 '뷰티 전문 매대'로 구성한 코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전국 6천개 점포를 건기식 특화 매장으로 지정하고 건기식 판매에 돌입했다. CU는 종근당, 동화약품 등과 협업해 준비한 소포장 상품 11종을 선보였다. 건기식 판매를 시작한 지 1달 만에 약 1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는 게 CU 측의 설명이다.

◆'헬시 플레저'가 부른 건기식 경쟁
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건기식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있다. 일상적으로 건강관리를 즐기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확산했고, 건기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생활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건기식 시장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계속해 성장하는 추세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5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6조440억원으로 성장했다. 오는 2035년까지 시장 규모를 15조원 수준으로 키우는 게 건기식협회 목표다.
건기식의 경우 유통 방식에 대한 큰 제한이 없어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 업체가 빠르게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는 화장품과 건기식 부문에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기식 시장에 새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강화하는 제약·바이오 업체도 늘어나면서 판매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접근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유통업체들이 소비 흐름에 따라 건강 관련 제품군을 강화하면서 '종합 플랫폼'으로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라며 "업황 둔화가 이어지는 만큼 건기식, 화장품 등 비식품 분야를 강화해 실적을 개선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