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00만원 고수익" 속아…캄보디아 감금 한국인 2명 극적구출

입력 2025-10-11 19:21:30 수정 2025-10-11 19: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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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갇혔던 B씨가 구조 요청을 위해 보냈던 텔레그램 메시지. 박찬대 의원실 제공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갇혔던 B씨가 구조 요청을 위해 보냈던 텔레그램 메시지. 박찬대 의원실 제공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돼 협박과 폭행을 당하며 범죄에 가담했던 한국인 청년 2명이 현지 경찰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됐다.

11일 KBS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시아누크빌의 한 건물을 급습해 한국인 남성 A(35) 씨와 B(27) 씨를 구조했다. 두 사람은 현재 시아누크빌 경찰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들었고, 정확히 무슨 일인 줄 모르고 왔다가 감금돼 협박과 폭행 끝에 보이스피싱 업무를 강요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지난 8월 포이펫의 한 범죄단지에 감금돼 있던 중, 현지 식당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었다. 당시 두 사람은 자신들을 감시하던 중국인 조직원의 허점을 틈타 공용 휴대전화를 이용, 기억해둔 식당의 텔레그램 계정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이 급습했을 때 이미 조직은 거점을 옮긴 상태였다. 두 사람은 신고 사실이 발각돼 머리에 봉지가 씌워진 채로 차 트렁크에 실려 시아누크빌로 보내졌다.

이후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낮에는 공무원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강요받으면서도, 틈틈이 가족에게 이메일을 보내 구조를 호소했다. 그로부터 약 열흘 뒤 현지 경찰이 범죄조직의 건물을 급습하면서 두 사람은 구출될 수 있었고, 마침내 약 160여간의 감금 생활이 끝났다.

이들 역시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B씨는 지난 2월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800만원에서 1천5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하고 1인 1실 호텔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점 단지였다. 일을 거부하자 "공항으로 데려다주겠다"는 말에 속아 차에 올랐고 곧장 포이펫으로 이동됐다. B씨는 "공항에 다시 태워주겠다는 조직원 말에 속아 차에 올랐다가 포이펫으로 이동하게 됐고, 그 곳에서 전기충격기와 쇠파이프 등으로 고문과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곳에서도 일할 때는 발목에,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침대에 수갑으로 묶인 채 감금됐다. 매출 10억원을 달성하면 돌려보내 주겠다는 범죄 가담 강요도 이어졌다. "한 번 더 신고하면 파묻어 버리겠다", "소각장에서 태우겠다", "현지 경찰에 작업이 돼 있으니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중국인 관리자의 위협도 뒤따랐다고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캄보디아에서 취업 사기 후 감금을 당했다며 공관에 신고한 사례는 330건에 이른다. 지난 8월 8일에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청년 C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를 사망 원인으로 발표했다. C씨의 가족은 출국 후 "아들이 사고를 쳤다"며 5천만 원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에 속아 캄보디아에 입국한 한국 청년들이 감금과 폭행,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외교부는 지난달 16일 프놈펜·시아누크빌·보코산 등 범죄단지 밀집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