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와 국정자원 화재의 차이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5-10-10 13:35:57 수정 2025-10-10 16:40:33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쯤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50분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관하는 첫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열렸다. 회의 전 한 참모가 "현장에 직접 가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건의했다. 최 대행의 비서실장은 "이미 준비하라고 지시하셨다"고 답했다.

최 대행은 중대본 회의 직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무안으로 향했다. 오후 2시엔 무안군청에서 두 번째 중대본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무안군 전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그날 밤 8시 서울에서 세 번째 중대본 회의가 열렸다. 하루에만 세 차례 중대본 회의가 열린 셈이었다.

이후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최 대행은 무안을 세 번 방문했다. 총 열 차례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비상계엄으로 나라가 비정상"이던 시기였으나 재난대응은 지금보다 훨씬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더군다나 무안공항 참사는 최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지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8시15분쯤 대전에 위치한 한국의 모든 공공 데이터 집합소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대통령 주재 첫 회의가 열린 건 39시간 정도 지난 28일 오전 10시50분이었다. 대통령실 긴급 비상대책회의였다. 같은 날 오후 5시30분이 돼서야 이재명 대통령이 얼굴을 공개적으로 비친 첫 중대본 회의가 열렸다. 최 대행 재임 땐 사건 직후 12시간 내 3번이나 열렸던 중대본 회의였지만 이번 정부에선 45시간쯤 지나고 나서야 첫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가 열렸다.

더군다나 전날 김민석 총리 주재로 28일 오후 5시에 중대본 회의가 있을 것이란 공지가 있었지만 회의시간과 참석자가 바뀌었다. 28일 오전 11시반쯤엔 중대본 회의 확정 문자까지 발송한 상황이는데 오후 2시쯤 "회의가 30분 늦춰진다. 주재자가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바뀔 것"이란 재공지가 나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예능 촬영 때문에 중대본 회의가 30분 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 주재 첫 중대본 회의 날 대체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를 촬영했다. 추석에 K-푸드를 홍보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도 괜찮은 선택이다. 그러나 중대본이 가동되는 상황에선 이 모든 기획을 보류하는 게 상식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이유로 약속한 촬영일정을 취소해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난 대응의 골든 아워는 단 몇 시간이다. 화재가 26일 밤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첫 중대본 회의는 대통령 주재로 최소 27일 오전에 열렸어야 정상이다. 대통령실 참모가 기본적인 판단력을 갖췄다면 대통령의 사고현장 방문을 건의하진 못했어도 28일 예능 촬영은 취소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끝까지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칭찬받을 일"이라고 한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국위선양" "애국심" "자부심" 같은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쓴다. 여권의 태도가 너무 당당해 이쯤 되면 내가 이상한 건지 이들이 이상한 건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대통령의 1시간은 국민 5천200만 명의 1시간이 모였기에 5천200만 시간이라고 이 대통령이 말했던가. 이 대통령이 예능 출연자로 보낸 3시간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겐 대통령이 없었던 1만 7천년의 기다림이었다.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