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GenZ)' 또는 'Z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이 요즘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2022년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를 거쳐 최근 네팔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확산하고 있는 아시아 지역의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폭발한 네팔 시위의 결과로 친(親)중국 공산주의자인 샤르마 올리 총리가 물러나고 수실라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시 총리를 맡았다. 2022년 7월 스리랑카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2024년 8월 방글라데시에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쫓겨난 것에 이어 벌써 3번째다.
네팔 젠지 혁명(革命) 당시 총리 부인이 자택에서 불에 타 숨지고, 정부 고위 관료와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 비참하게 조리돌림을 당하는 모습이 SNS로 생생하게 전달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군(軍) 헬기에 매달려 살기 위해 탈출하는 정치인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올해 8월 시작된 인도네시아 반정부 시위로 장관 5명이 해임됐다.
네팔에선 정치인의 자녀인 '네포 키즈'가 화려한 명품을 두르고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SNS로 공유되면서 젠지 세대의 분노를 산 데 이어, 정부가 비판을 막기 위해 SNS를 전면 폐쇄(閉鎖)하면서 폭발했다. 인도네시아는 국회의원들이 노동자 평균 월급의 17배가 넘는 1인당 5천만루피(약 422만원)의 주택수당을 매달 받아온 것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반정부 폭동이 촉발됐다.
하지만 혁명은 단일 사건만으로 일어나진 않는다. 젠지 혁명의 배경으로 청년 실업, 정치 엘리트의 부(富) 독점, 부정부패 문제가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청년들을 수용할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발전의 사다리가 끊기고, 이에 대한 불만이 쌓여 특정 사건을 계기로 혁명이 발생한다. 미래를 잃어버린 청년 세대의 분노는 모든 기득권(旣得權)을 불태워 버릴 수 있다.
집권 초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20대가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특히 높다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성장 동력을 파괴(破壞)하는 좌파 포퓰리즘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래를 빼앗기는 청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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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sukmin@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