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기능 마비 '셧다운' 8일째, 운영 정상화할 임시예산안 또 부결

입력 2025-10-09 16:52:39 수정 2025-10-09 20: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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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발의한 예산안 처리 모두 무산
트럼프 "공무원 대거 해고" 협박 수위↑
국세청 직원 절반 무급휴직하기로

8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공화당 소속 마이클 롤러 하원의원(왼쪽)이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논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공화당 소속 마이클 롤러 하원의원(왼쪽)이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논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8일(현지시간)에도 연방정부 운영 정상화에 필요한 임시예산안 처리에 합의하지 못했다. 벌써 여섯 번째다. 일부 기능이 마비된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미 상원 구도로는 여야의 첨예한 주장이 끝없이 맞설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이 와중에 이달 1일부터 미국 정부는 필수 기능을 제외한 정부 업무를 점차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공무원 대거 해고가 불가피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속내는 정부 구조조정의 호기로 삼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들이 활주로에 줄지어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연방항공청(FAA)의 공항 인력 부족 사태가 이어져 항공편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들이 활주로에 줄지어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연방항공청(FAA)의 공항 인력 부족 사태가 이어져 항공편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또 무산된 임시예산안 처리

미국 상원은 8일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임시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러나 두 안건 모두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 운영을 임시적으로 재개하는 데 필요한 임시예산안임에도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임시예산안이 처리되더라도 2026회계연도 예산 협상 역시 진행돼야 하는데 입장 차가 커 타협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은 예산 규모를 전년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클린'(clean) 임시예산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 셧다운을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 기회로 보고 강경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이 발의한 임시예산안은 ▷공공의료보험인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 ▷공화당이 삭감한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 복구 ▷의회가 승인했으나 백악관 의회예산국(OMB)이 보류한 자금의 집행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은 민주당이 불법이민자에게도 의료보험 혜택을 주려 한하며 반대한다.

8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톰 에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왼쪽)가 셧다운 지속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톰 에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왼쪽)가 셧다운 지속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오히려 좋아"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이 지속되면 연방 공무원 다수를 해고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히려 정부 구조조정을 완성할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정략적으로 셧다운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셧다운을 계기로 민주당이 주도해온 정책 분야를 영구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경고와 관련해 "많이 있고,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분야의 공무원들까지 영구 해고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4~5일 뒤면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셧다운이 계속되는 한 (영구 해고는) 상당할 것이고 많은 일자리가 영원히 복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과거에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필수 인원을 제외한 공무원은 무급 휴직으로 처리하고, 셧다운이 끝난 뒤 그간 못 받은 급여를 지급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예산이 삭감된 국세청(IRS)의 경우 전체 인력의 약 46%에 해당하는 3만4천429명을 임시 휴직 처리한다.

그럼에도 현재 미 상원 구도에서 셧다운 해법이 단기간에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9일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발의한 임시예산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두 임시예산안 모두 부결이 거의 확실하다고 폴리티코는 관측했다. 총 100석의 상원 의석 가운데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런 구도로는 상대 정당의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없다는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