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외친 정부 지방대 육성안, 거점국립대만 커지고 사립·전문대는 뒷전 '우려'

입력 2025-10-12 15:44:29 수정 2025-10-12 19: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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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국립대 특례·재정 집중 속 사립·전문대는 '성과 확산 대상'에 그쳐
4조 원 증액, 교육비 40% 상향… 전문대 지원은 정부사업의 10%대

서울대 정문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서울대 정문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경북대 본관 전경
경북대 본관 전경

'균형성장'의 이름으로 발표된 정부의 지방대 육성안이 사실상 국립대 육성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재정·특례·규제완화가 모두 거점국립대에 집중되면서, 사립대와 전문대는 고등교육 정책의 주변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다.

교육부는 최근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방향(안)'을 발표했다. 지역대학 전체의 성장과 균형을 내세웠지만, 세부 내용은 거점국립대에 대한 재정·제도적 특혜에 집중됐다는 평가다.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사립대와 전문대가 차지하는 역할은 크지만, 이번 대책에서 이들의 입지는 여전히 협소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2030년까지 서울대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5년간 4조원 이상을 추가 투입하고,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도 2023년 9조7천억원에서 2026년 17조1천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연구 인프라 확충과 교원 채용 특례 등도 국립대에 우선 적용된다.

앞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거점국립대 육성 지원액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8천733억원을 배정했다. 거점국립대의 교육 혁신과 고가·첨단 실험 실습 기자재 확충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한 거점국립대의 연구중심대 인센티브로 1천200억원을 신설하기도 했다.

반면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는 '성과가 확인되면 확산하겠다'라는 계획만 있다. 현재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사립대, 지역 산업 인력의 절반 이상을 양성하는 전문대는 '추가적인 수혜자'에만 머무른 것이다. '지역대학 전체를 살린다'는 기조와 달리 정책의 핵심은 국립대에만 쏠려 있는 셈이다.

교원 겸직 허용과 보수 상향, 정년연장 등 파격적 특례도 국립대에 먼저 적용된다. 정부는 성과를 확인한 뒤 다른 대학으로 확산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이미 시작점이 다른 상황에서 사립대와 전문대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립대는 10년 넘게 등록금 동결을 감내해왔고, 최근에는 등록금 인상 상한마저 물가의 1.5배에서 1.2배로 더 낮아졌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고등교육 '정부' 지출은 학생 1인당 6천617달러로 OECD 평균(1만5천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대로 '민간 부담률'은 55%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재정 구조 속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이 국립대 위주로 흐르면, 사립대는 더 빠르게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문대의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에서 전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22년 회계연도 기준)대에 불과하다. 이번 육성안에서도 전문대에 대한 별도 보장 몫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 전문대 관계자는 "지역 중소기업과 산업현장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해온 전문대가 고등교육 정책에서 소외된다면, 지역산업과 일자리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번 정부안은 대기업·앵커기업과 연계한 계약학과, 산학겸직, 글로벌 인턴십을 강조한다. 하지만 지역 사립대와 전문대는 대기업 네트워크 접근성이 취약하고, 중견·중소기업과의 연계가 주력이다. 현장형 직무교육과 단기·속성형 전문 교육에 강점을 가진 전문대는 대기업 위주 모델 속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지원 구조 자체가 '큰 대학–큰 기업' 결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 한 사립대 총장은 "거점국립대가 지역 대학들의 맏형으로서 경쟁력이 높아지면 청년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면서도 "고등교육 생태계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립대의 기반 투자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지역 인재 양성의 '저변'이 약화하고 국립대만 커지는 비대칭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전경
영남대 전경
계명대 행소관(본관)
계명대 행소관(본관)
영진전문대 전경
영진전문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