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예능 출연 두고 野 총공세...장동혁 "대통령은 예능 아닌 재난현장 가야"
與, 장동혁 국힘 대표 '명예훼손'으로 고발
李 대통령 "국민 삶에 보탬 된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어"
추석 밥상 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가장 큰 화제가 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인한 혼란 속에서 대통령이 예능 출연을 강행하자 야권에선 연휴 내내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은 제1야당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며 맞불을 놨다.
이 대통령 부부가 출연하는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는 지난 6일 방영됐다. 당초 5일 방영이 예정됐으나 대통령실이 한차례 방영연기 요청을 했다. 대통령실은 "국가공무원의 사망으로 전 부처가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JTBC 측에 방영 연기를 요청하게 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은 지난 2일 대통령실 공지가 나온 후부터 내내 논란이 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자원 화재 피해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예능 출연을 강행한 것을 두고 지적을 이어갔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50분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해 (화재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했다"며 "이날 오후 '냉장고를 부탁해'를 녹화하고 오후 5시 30분 중대본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발표 이후에도 야권은 공세 수위를 높여나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영화 '건국전쟁 2' 관람 전 기자들과 만나 "예능에 출연하는 게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게 아니라, 재난 현장에 있는 게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며 "무엇이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 'K-푸드'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를 두둔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번 방송은 단순한 예능이 아니라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K-푸드와 K-콘텐츠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문화외교의 일환"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여권은 야당을 향한 고발전도 이어갔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 등은 지난 7일 장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5일 장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명 대통령 48시간 거짓말'이라고 올린 글이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앞서 여야는 주 의원의 발언을 두고도 법적 공방을 벌였다.
혼란한 정국을 뒤로하고 이 대통령은 민생 행보를 거듭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을 통해 "명절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민생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며 "때로는 간과 쓸개를 다 내어주고, 손가락질과 오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민의 삶에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국내 정치적 상황보다는 막혀있는 한미 통상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반등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야권과의 불필요한 정쟁보다 외교·민생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