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관세 50% 인상·무관세 혜택 삭감…韓수출 비상

입력 2025-10-08 15:58:57 수정 2025-10-08 18: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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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역내 철강 산업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대폭 축소하고 관세를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한국을 비롯한 제3국 철강 수출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하는 새 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규정안은 모든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연간 무관세 할당량(수입쿼터)을 1천830만t으로 제한했다. 이는 지난해 3천53만t 대비 약 47% 줄어든 수치다.

새 규정은 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지역(EEA) 3개국을 제외한 모든 제3국에 적용된다. 국가별 세부 쿼터는 추후 개별 협상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다만 집행위는 "FTA 체결국을 예외로 두기는 어렵다"며 "이들 국가가 EU 철강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U는 이번 조치를 통해 2018년부터 시행된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할 방침이다. 세이프가드는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국가별 쿼터 범위 내 수입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는 25% 관세를 매겼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내년 6월 말 종료가 예정돼 있다.

집행위는 "세이프가드가 끝나더라도 유럽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 제한 장치는 필요하다"며 새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규정안은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협의·의결 절차를 거쳐 발효되며, 입법이 조기에 완료될 경우 세이프가드 종료 전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액(MTI 61 기준)은 44억8천만달러(약 6조3천억원)로, 단일국가 기준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43억4천700만달러)을 소폭 웃돌았다. 이에 따라 EU의 새 조치는 한국 철강 수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U가 수입쿼터를 대폭 줄이면 한국의 국가별 쿼터 역시 축소가 불가피하다. 앞서 지난 4월 EU가 세이프가드 물량을 일부 줄이면서 한국산 쿼터는 이미 최대 14% 감소한 바 있다.

EU의 이번 규정안은 미국과의 철강 관세 협상에서도 유럽 측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EU 역시 미국의 50%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나, 미국과의 공동성명에는 저율관세할당(TRQ) 해법 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EU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인하를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