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부동산 자산이 가계 자산 비중의 64%를 차지하는 나라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부동산'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출 조건 변화는 물론,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 등을 조절하는 부동산 정책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균형 발전을 국가 발전의 초석으로 내밀면서도 국민 삶에 깊숙하게 스며든 부동산 정책은 일변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현재 한국은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 현상이 극심한 상황에 놓여 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치솟는 서울,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국가 경제를 뒤흔들 만큼 팽창해 버렸다. 앞으로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나 지방 도시는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쇠퇴 등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부산과 대구 등 대도시마저 인구 소멸 지자체가 발생하는 등 실제로 지방의 청년들은 먹거리를 찾아 오늘도 수도권행 기차에 몸을 싣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지방을 대하는 태도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는 지역에 많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물론 좋은 방향이다. 다만, 지방의 미분양 사태와 인구 감소 등 현재 심각하게 야기된 문제도 다뤄야 한다. 여전히 주택 공급과 가격 안정화에 몰두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진정한 균형 발전을 이뤄 내기 위해선 집값이 아닌 삶의 기반을 지역 곳곳에 분산시킬 정책을 내놔야 한다.
물론, 이번 정부에서도 각종 부동산 정책을 내 왔다. 그러나 지방과는 딴 세상 이야기다. 수도권과 규제 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6·27 대출 규제, 서울과 수도권에 2030년까지 135만 가구를 짓겠다는 9·7 부동산 정책 모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책뿐이다.
정부가 8·14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 실제로 지방은 미분양 물량에 허덕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주택 통계에 따르면 8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7.0% 증가한 6만6천613가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만7천584가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다.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물량은 대부분(2만3천147가구) 지방 물량이다. 전체의 84%에 이른다. 특히 대구(3천702가구)와 경북(3천237가구)에만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30%(6천939가구)가 쏠려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매매가격도 서울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9월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0.27%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지방은 보합(0.00%)에 그쳤다. 특히 미분양 사태 등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대구는 0.04% 하락하며 97주 연속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역 활력 회복'이다. 주택 공급을 늘려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것보다 사람이 모일 이유를 지방에 만들어 주는 것이 국가를 이끌어 가는 정부가 할 일이다. 즉, 부동산 일변도 정책이 아닌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가 있는 지방을 만들 수 있는 정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표어만 만들어 내걸지 말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