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심평원 자료 비교분석 결과
"경남에서도 분만위해 대구 오지만 응급분만 대응 의료진 부족"
"대구 뿐만 아니라 경북 북부지역이나 심지어는 경남 북부지역에서까지도 분만을 위해 대구로 몰려와요. 그런데 대구 전체에 응급 분만에 대응할 수 있는 산과 의료진은 늘 부족해요. 이런 상황을 본 인턴들에게 '산과 의사가 돼 달라'는 고사하고 '산부인과 의사가 돼 달라'고 설득하는 게 언감생심이죠."
김혜민 칠곡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배진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지역의 산과가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돌아온 답변이었다. 김 교수는 "고위험 산모 분만의 경우 대구 또한 가능한 의료기관이 충분치 않은데 타 권역에서 전원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산과 붕괴가 지역 문제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실감한다"고 털어놨다.
대구경북지역의 산부인과, 그 중 생명의 탄생을 책임지는 진료과인 산과가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 5개 대학병원은 교수도 부족한 마당에 산과에 관심있는 전공의를 찾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남아있는 사람에게 산모가 몰리고, 이 때문에 산모의 건강과 태아를 건강하게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의 산부인과 병·의원 1천304곳 중 분만이 가능한 곳은 348곳으로 전체의 26.7%에 불과했다. 또 장 의원이 조사한 전국 250개 시·군·구 중 분만가능한 의료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곳이 77곳, 분만실이 1곳 뿐이어서 분만 취약지가 될 수 있는 곳 또한 60곳이었다.
이를 토대로 대구경북의 상황을 심평원 자료와 비교분석해본 결과 대구는 산부인과 125곳 중 22곳 뿐이었고, 경북은 93곳 중 26곳만이 분만실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구는 군위군에 분만실 있는 산부인과가 단 한 곳도 없었고, 경북은 11곳의 기초자치단체가 분만실이 아예 없었다.
이 중 대구 수성구와 인접한 경북 경산시, 청도군, 대구 달서구와 인접한 성주군, 대구 북구와 인접한 칠곡군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이 경북 북부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지역 산모들은 언제라도 안전한 분만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있다. 김효신 영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경북은 분만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수도권이나 대구보다 훨씬 더 적고 그나마 어렵게 유지되고 있던 분만 병원들도 산과 의사 부족으로 문을 닫거나 분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구의 대학병원으로 경북, 경남 각지에서 응급, 고위험 산모가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지역 대학병원의 산과 의사는 점점 줄어가고 있어 갈수록 한 개인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