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여사도 동반 출연…"외국인에게 내놓을 수 있는 한식 원해"

JT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의 논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 이후 전산망 마비 사태가 이어지던 시점에 예능 촬영이 이뤄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놓고 여야가 전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6일 JTBC는 자사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냉장고를 부탁해'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등장했다. 이번 출연은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방송 출연으로, 부부가 함께 출연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예고편에서 이 대통령은 "많이 어색하다"고 말하면서도 "K팝, K드라마도 중요하지만 음식이야말로 문화의 핵심"이라며 출연 배경을 밝혔다. 김 여사 역시 "외국인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한국의 식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며 촬영 이유를 덧붙였다.
영상 공개 직후 야권에서는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특히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 촬영에 나선 시기가 국정자원 화재 직후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일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국가 재난 대응 책임 회피"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심각한 국가 재난이 벌어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예능을 찍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국민이 알고 싶은 건 대통령 부부의 냉장고 속이 아니라, 대통령의 머릿속"이라며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공세에 가세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은 브리핑을 통해 직접 진두지휘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예능 촬영을 하고 있었다"며 "이 정도면 국민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자원 화재 사태는 '심각' 단계로 격상된 국가 위기였고, 복구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상황에서 대통령 내외가 희희낙락하며 예능에 출연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출연이 대통령 부부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청와대와 JTBC 간의 사전 협의 여부 등에 대한 자료 제출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과 SNS에서는 당시 촬영 날짜와 화재 발생 시점을 연관 지으며 "책임 회피용 여론전"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흑색선전'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명절 연휴 기간까지 대통령을 둘러싼 허위사실을 퍼뜨리며 정치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흑색선전이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또 "윤석열 정부는 과거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경험하고도 이중화 시스템 예산을 삭감해 이번 화재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난 대응의 기본은 예방인데, 이를 소홀히 해놓고 대통령의 일정에만 공격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능 촬영 일정과 국정자원 화재 발생 시점이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일정은 사전 녹화였고, 촬영 당시에는 긴급 대응 지휘 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오히려 국민과 소통을 넓히기 위한 문화 콘텐츠 출연을 정치 공세로 몰고 가는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