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포티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법 [가스인라이팅]

입력 2025-10-06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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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포티 이미지. 커뮤니티 갈무리
영포티 이미지. 커뮤니티 갈무리

'영포티(Young Forty)'는 청년 세대가 4050세대를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애초 '젊게 사는 40대'란 의미로 2015년 처음 등장한 용어였지만 지금은 단순 패션 지적을 넘어 정치적 함의가 상당한 말이 됐다. 간단한 나만의 영포티 구분법을 소개한다.

우선 김어준을 언론인이라고 믿는다면 영포티다. 유명한 옛 법무부 장관 일가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면 영포티다. 미국·일본보다 중국·북한에 더 친근감을 느낀다면 영포티다. 이런 얘길 하는 청년 세대를 가리켜 "너희들이 극우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영포티다.

뼛속까지 반미 성향이지만 아이폰과 나이키를 좋아하면 영포티다. 여성 인권과 성평등 얘기가 나올 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면 영포티일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정치적 지대에 기초해 유지되는 자신의 지위가 실력이라고 믿으면서 정작 후배의 노력은 인정하기 싫으면 영포티다. 선배 세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후배들에겐 툭하면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지적을 해댄다면 영포티다.

물론 나이로 사람을 일반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당연히 모든 4050세대가 영포티인 것도 아니다. 다만 젊게 사는 40대란 의미로 처음 등장한 이 용어가 지금은 일종의 멸칭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 코어 지지층인 4050세대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투영돼서다.

문제는 이 단어가 단순한 인터넷 유행 차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영포티'라는 조롱은 민주당 정치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청년 세대가 공정과 기회, 미래를 이야기할 때 민주당은 핵심 지지세력인 영포티의 이익을 대변한다. 4050 중심의 부동산 청약제도와 더 내고 더 받기 국민연금 개악, 신규채용을 저해하는 극단적 고용 안정과 정년연장 논의까지 모두 영포티 이익에 복무하는 정책이다. 국제적 식견 없이 대학생 때 체화한 반미·친중 기조로 살아가는 영포티 감성 정치인은 청년들의 반중시위를 '혐중'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이쯤되면 영포티 조롱은 단순한 세대 간 기싸움이 아니라 정치적 세계관의 충돌이 드러나는 문화적 현상이다. 인구구조상 유리한 위치에 서서 모든 제도를 자기들 이익에 맞춰 개조하는 영포티에 맞서 젊은 세대가 인터넷 밈과 조롱으로 응답한 것이다. 영포티 조롱은 "아저씨들 꼴 보기 싫다"는 반감을 넘어 "당신의 세계관은 구리다"는 정치적 표현이다.

영포티 조롱은 한국식 문화 전쟁의 단면이기도 하다. 정책이나 제도 차원을 넘어 사회의 가치·정체성·문화 코드를 둘러싼 근본적 갈등 말이다. 가령 영포티는 어처구니없는 음모론을 제기한 뒤 "쫄지마"라고 외치는 김어준을 '멋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어준이 좌파진영 내에서 이재명 대통령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그가 종교지도자적 아우라를 풍기는 영포티의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청년 세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문화 코드다.

문화 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현실 정치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찰리 커크는 우파가 문화 전쟁에 투자할 때 어떤 파급력을 낼 수 있는지 보여준 인물이다. 한국 사회 역시 격렬한 문화 전쟁이 진행 중이다. 결국 이 싸움은 무엇이 정상적인 세계관이고 어떤 사람이 멋있는 사람인지에 관한 인식 경쟁이다. 당신은 '멋져 보이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가. 선택의 시간이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