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韓 군사협력에 강력 반발…전시회 통해 핵심 무기 성능 강조
북한이 3년 연속으로 무기전시회를 열고 핵 억제력을 중심으로 한 자국 군사력의 발전상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개막식 연설에서 남한과 미국을 겨냥한 군사적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조선중앙통신은 5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가 전날 평양에서 개막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시회는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개최된 행사로, 김 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연설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전시회장에는 핵억제력을 근간으로 한 조선의 군사력 구조를 현대화하고 고도화해온 중대사업의 최근 결실들이 집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성과들은 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하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라며 국방과학기술집단과 군수산업 종사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방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무기전시회를 열었다. 앞서 2021년에는 '자위-2021'이라는 이름의 국방전람회를 진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재의 안보환경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내며, 남측과 미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미한 핵동맹의 급진적인 진화와 이른바 핵작전지침에 따른 각종 훈련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최근 미국은 한국과 주변 지역에서 군사 자산 확대를 위한 무력증강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선반도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타격 수단과 정찰 수단의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분명한 조치도 취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지역에 미군의 무력이 증강됨에 따라 우리의 전략적 관심도 역시 정비례하여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특수자산을 중요 관심 표적에 할당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국 영토가 결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판단할 몫"이라며, 노골적인 위협성 발언을 덧붙였다.
이번 전시회는 북한이 자국산으로 주장하는 무기체계들을 전면에 내세워 군사적 자립성과 첨단화 수준을 강조하는 장으로 활용됐다. 김 위원장은 "주체적 국방공업이 창업 세대가 그렸던 이상을 뛰어넘어 국방력 강화의 높은 경지를 개척했다"며, "주체병기들이 다발적으로 탄생해 전시장을 장식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현대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장장비들이 개발되거나 개량됐고, 인공지능 등 최신 과학기술이 도입돼 미래 전장 적응 능력도 확충됐다"며, 자국 군수산업의 기술 진보를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미국이 전략정찰수단과 공격 및 방어수단 등 군사력 전반을 갱신 중이며, 이는 유사시 상대에 대한 선제타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력 증강이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에 맞서 군사기술적 조치들을 계속 강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우리의 군사적 능력은 끊임없이 갱신돼야 하며, 자만하는 순간이 곧 정체의 시작"이라며, 내부 결속을 독려했다. 김 위원장은 전시회를 통해 조선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가 제시한 국방발전 전략이 실현되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전시회장에는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각종 무기체계와 병기들이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시된 장비들에 대해 "실제 위력을 최고 수준에서 검증받은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행사로 정권의 군사력 과시와 내부 결속 강화, 대외적 위협 메시지를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시회를 "국방과학기술의 세기적 비약과 군수공업의 전면적 발전상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지난해 '국방발전-2023'에 이어 올해에도 같은 형식의 무기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무장장비전시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전시회 형식과 전시 내용은 타국의 방위산업 박람회와 유사한 형태다.
이번 행사 개막식은 조선노동당 창건 80돌을 앞두고 성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연설 말미에 "당 창건 8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에 강력한 자부심을 안고 참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