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금요일 영업시간이 앞으로 1시간 단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 노사가 이와 관련한 잠정 합의에 도달하면서다. 금융노조가 지난달 26일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3.9% 인상을 요구하며 약 3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일주일 만의 결과다.
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과 '금요일 1시간 단축 근무 시행'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 합의안에는 임금 3.1% 인상과 함께 2026년 주 4.5일제 논의 추진 계획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난 후 각 은행 지부별 노조는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마련한 이 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측과 후속 협의를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단축 근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될지는 은행 지부별로 노사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요일 1시간 단축 근무의 방식으로는 3가지가 제시된다. 현재 ▷오전 9시에 시작하던 은행 업무를 10시로 늦추는 안 ▷점심시간을 둬 12시부터 1시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 안 ▷오후 4시였던 폐점 시간을 오후 3시로 당기는 안 등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은행 창구 운영시간이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에서 오후 3시로 줄어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주 4.5일제와 관련해서는 태스크포스를 꾸려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제도 도입에 필요한 자료와 쟁점을 정리한 뒤 내년 임단협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계획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주 4.5일제 도입을 향한 첫발을 뗀 것"이라며 "이번 협상을 시작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영업시간 단축이 현실화될 경우, 특히 창구 이용이 많은 고령층 고객들을 중심으로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원들의 높은 연봉 수준을 고려할 때 근무시간 단축 요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 직원 10만9천여 명의 연간 급여 총액은 12조3천억 원을 넘어섰고,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1천만 원 수준이었다.
금융노조 측은 "오는 13일 각 지부 대표자 회의를 통해 합의 내용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시행 날짜는 노사 간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며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일부 언론에서 금요일 은행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되고 있으나,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은 현행 영업시간 유지를 전제로 기관별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합의된 사항"이라며 "추후 산별노사간 조율을 통해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