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요양병원에서 직원이 무연고 노인의 체크카드를 이용해 수백만 원을 사용한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일 KBS에 따르면, 지난 7월 김 모 씨는 20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외삼촌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구청을 통해 알게 됐다. 외삼촌은 신장병 말기 진단을 받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투석 치료를 받던 중 지난 5월 숨졌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던 그는 장례를 치를 가족도 없었다. 유품은 지갑과 휴대전화뿐이었다.
장례를 마친 김 씨가 유품을 정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외삼촌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당시 먹을 수 없는 과자나 커피를 마트에서 결제한 영수증이 지갑에서 나온 것이다.
김 씨가 외삼촌이 입원한 5개월간의 계좌 내역을 확인한 결과, 사망 나흘 전 요양병원과 떨어진 치과에서 70만 원이 결제됐고, 사망 하루 전에는 통닭집에서 1만 원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현금 인출 내역도 있었다. 외삼촌이 입원해 있던 다섯 달 동안 총 14차례 780만원이 빠져나갔으며, 이 중 3차례는 사망 이후에 이뤄졌다. 당시 그는 인지 능력과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의무기록지에도 "거동이 어렵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김 씨는 "외삼촌이 사망 일주일 전부터는 의식이 없어 장치에 의존해 누워 계셨다"며 "그런데도 그 시점부터 카드 사용과 현금 인출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해당 요양병원에서 무연고자 지원 업무를 맡았던 사회복지사가 병원비 결제를 대신해 주겠다며 카드를 보관하며 사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6139명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됐다. 이들은 ▷연고자가 없는 경우(1071명, 17%)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386명, 6%) ▷연고자가 위임하는(4682명, 76%) 경우 등이었다. 사망자는 대개 남성이었는데, 성별로 보면 남성이 4544명(74%), 여성이 1410명(23%)이었고, 나이나 성별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도 185명(3%)이었다.
앞서 2023년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도 직원이 무연고 환자들의 돈을 빼돌려 1억원을 착복한 사건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환자 등 스스로 재산 관리가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정부가 재산을 대신 관리 해주는 '공공 신탁제' 도입을 국정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