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교동법주vs대몽재VS안동소주VS김천와인 각축
만찬 당일 발표 '전통과 실무 상징성 고려'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경북지역을 대표할 만찬주는 무엇이 될까.
APEC 정상회의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만찬주로 어느 술이 정해질지 관심이 뜨겁다.
경북 경주시에서 진행되는만큼 경북지역 전통술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지만, 당일까지도 그 주인공은 철저한 보안 속에 감춰질 예정이다.
만찬주는 '전통주의 상징성'과 '만찬 실무의 제약'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작업이다.
한국을 대표할 이미지를 갖추는 동시에 적절한 맛과 알콜 도수로 실무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공식 만찬주 선정은 통상 외교부와 행사 주체(대한상공회의소 등), 지방자치단체, 요리·식음료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된다.
행사 시작 보름 전까지는 최종 확정될 전망이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만찬 직전까지 공개될 수 없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경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 전통주 선정을 강하게 추천하고 있어 몇몇 후보군이 좁혀지고는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만찬주 주력 후보군은 ▷경주 교통법주 ▷대몽재1779 ▷안동 소주 ▷김천 크리테미디엄드라이 등 총 4개 술이다.
먼저 이번 회의 장소인 경주지역의 전통주들이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교동법주는 만석꾼이자 부자의 모범이라 불리는 경주 최부잣집 가문에서 350여년 동안 전해져 오는 전통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이다.
1986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제86-3호)로 지정된만큼 전통성과 상징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철저한 전통방식을 따르는 탓에 소량 생산을 하고 있다.
같은 경주 최부잣집 집안의 전통 가양주인 '대몽재1779'도 후보군에 거론된다. 이 술은 전통적인 맛에 더해 옛 토기유물을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자랑한다.
안동소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양반가의 큰 잔치나 제사에서 쓰였다는 오래된 이야기거리가 만찬주로서 강점을 가진다. 다만 이 술은 약 40도에 달하는 알코올 도수로 인해 실무회의가 병행되는 공식 만찬주로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적절한 도수와 기존 회의에서 주로 와인이 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천에서 생산되는 크라테미디엄드라이도 만찬주 선정 가능성이 충분하다.
크라테미디엄드라이는 김천의 해발1천317m에서 산머루를 재배해 빚은 전통 와인이며, 지난 2023년 '2023년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한 품질을 입증했다.
한가지 단점은 역사가 짧고 전통 상징성이 적어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 만찬주는 딱 한가지 술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국의 종교·문화적 금기는 물론, 각국 정상의 개인적 기호·건강상태, 건배 시의 알코올 도수, 함께 곁들여지는 음식 등을 모두 고려해 각 일정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만찬주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어울리는 외교적 메시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05년 부산 APEC 때도 건배주로는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이, 후식주로는 '보해 복분자주'가, 식사 중 곁들이는 와인은 미국산 백포도주와 칠레산 적포도주가 제공되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지역에서 거행되는 세계 최대의 행사인만큼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브랜드할 수 있는 다양한 전통주의 만찬주 선정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