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식의 도시이야기] TK 신공항 건설,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입력 2025-10-02 14:01:35 수정 2025-10-02 18: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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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식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윤대식 영남대 명예교수

최근 대구경북신공항(이하 TK 신공항) 건설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2013년 제정된 군공항이전특별법에 따라 K-2 군공항 이전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다 암초를 만난 것이다.

2013년 특별법 제정 당시에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지만, 12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지난 몇 년 사이 대구시가 사업추진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민간 사업자의 참여가 불발함에 따라 사업 자체가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군공항을 이전하기 위해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적용하면 이전대상지에 군공항을 건설하는데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데다, 이전 후 종전부지(후적지) 개발과 분양에 또 5년 이상 걸린다. 그렇게 되면 전체 사업이 종료되는데 10년 이상 걸리고, 이로 인한 재원 조달과정에서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개발수요가 부족하고 부동산경기가 나쁘면 종전부지의 분양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구의 부동산 시장 여건을 보면 주택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산업용지 개발수요의 증가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여건은 사업자의 불확실성(uncertainty)과 재무적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K-2 이전에 들어가는 사업비용은 군공항 건설과 종전부지 개발비용을 모두 합치고 금융비용까지 고려하면 20~30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비의 규모와 사업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구시가 지난 수년 동안 쏟아온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 사업자 유치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지방 도시에서 수십조 원이 들어가는 군공항 이전사업을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TK 신공항 건설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사업으로, 군공항 이전 시 민간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사업이다. 이런 이유로 군공항에 적용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이 현실적으로 작동되지 않으면 민간공항의 건설도 불가능하게 된다.

이제 TK 신공항 건설사업의 역사적 배경을 잠시 살펴보자. 이명박 정부 때 군공항과 함께 쓰는 대구공항과 김해공항의 한계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영남권의 5개 광역시도(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순수 민간공항의 건설을 위한 후보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검토했으나, 두 후보지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그 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밀양과 가덕도 후보지에 대해 프랑스 업체에 후보지 평가용역을 맡긴 결과, 밀양이 가덕도보다는 높은 점수(평가결과)를 받았지만, 두 후보지 모두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새로운 대안으로 정부가 확정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는 대구에 대해서는 K-2 군공항과 민간공항(대구공항)이 함께 이전하는 대안을 제시하였고, 이를 대구시가 받아들이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 사이 정치적 격변기를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산의 경우 가덕도신공항을 100% 국가예산을 투입해서 국가(국토교통부)가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추진과정을 돌아보면 그동안 TK 신공항 건설과 관련된 정부의 의사결정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관성없이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 TK 신공항 건설이 이루어져도 군공항(K-2)의 활주로를 빌려 쓰고 있는 현재 대구공항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TK 신공항 건설사업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마저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로 말미암아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금까지 대구시가 만방으로 노력했으나,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가덕도신공항은 비록 기술적 난관과 비용증가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재정적인 문제는 없다. 공식적으로는 13조 원 남짓 소요된다고는 하나 기술적 문제로 이보다 훨씬 많은 국비가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가덕도신공항(민간공항) 건설사업은 국가재정사업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TK 신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민간공항 건설에 투입되는 국가예산은 2~3조 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마저도 진도가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는 TK 신공항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한때 대구시가 검토했던 공공자금관리기금(기획재정부)을 활용하는 방법도 지방자치단체에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겨줄 수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군사시설 이전에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도 없다. 이제 정부가 결단할 때가 되었다. 국가재정사업으로 TK 신공항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적 상식에도 부합하고, 현재 표류하고 있는 TK 신공항 건설사업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