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400선을 넘어선 지 불과 보름 만에 3,500선마저 돌파하며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2일 오전 11시 32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10% 오른 3,562.02를 기록 중이다. 지수는 개장 직후 3,535.48로 출발해 상승세를 이어가며 장중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이번 급등세의 핵심 동력은 외국인 매수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4천21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장 초반 매도 우위였던 기관도 4천285억원 규모의 매수세로 전환했으며, 개인은 1조8천500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배경에는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 간밤 발표된 미국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민간고용은 전월보다 3만2천명 감소해 시장 전망치(5만명 증가)를 크게 밑돌았다. 또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1로 여전히 경기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달러 약세·원화 강세 흐름이 형성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된 것이다.
투자심리를 자극한 또 다른 요인은 글로벌 인공지능(AI) 모멘텀이다. 방한 중인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주 중심으로 매수세가 쏠렸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4.80% 오른 9만1,200원까지 상승했고, SK하이닉스는 무려 12.85% 급등하며 40만6천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연말까지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증권은 4분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3,200~3,800으로 제시했고, 다올투자증권은 3,030~3,650으로 보다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달 말 진행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 코스피 상단을 3,600 안팎으로 예상한 바 있다. 최근 국내 상장사 3분기 실적이 잇따라 상향 조정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상단 전망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외국인 수급에 의존하는 상승세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경계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급등 국면에서도 '국장'을 대거 떠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개인은 18조4천32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대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주식의 회전율은 0.58%로 올해 최저 수준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은 단기 급등이 장세를 이끌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상승세를 위해서는 개인과 기관의 동반 참여가 필요하다"며 "3분기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경우 단기 조정 이후 코스피 5,000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