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이 서양미술보다 낯선 한국인들에게

입력 2025-10-01 19: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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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유홍준 지음/ 눌와 펴냄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9월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9월 2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전하는데 이토록 진심인 사람이 있을까.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를 펴냈다. K컬처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 한국인에게는 교양과 상식으로서 우리 문화유산의 역사를 설명하고, 외국인에게는 쉽고 친절하게 K컬처의 뿌리를 알려주는 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대별 문화를 보여주는 유산들

유 관장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5년에 연 공개강좌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를 시작으로 '한국미술 전도사'를 자처하며 대중과 호흡해왔다.

'모두를 위한 한국미술사'는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한국미술의 전개를 역사적 맥락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방대한 우리 문화유산 중에서도 정수만을 엄선해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유려하고 충실하게 전한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는 미술사는 단순히 미술의 역사가 아니라, 장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미술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미술이 어떻게 역사를 증언하는지를 말한다. 선사시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까지 각 파트마다 역사적 배경을 간략히 서술하고, 그 시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특징과 개성을 강조해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친절한 길잡이가 돼준다.

책을 좀 더 들여다보면, 신라 고분에서 발견된 유리제품과 장신구를 통해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이 그 자체에서 만든 것만이 아니라 교류로 얻은 것까지 포함한다는 통찰을 보여준다.

또한 한반도의 고대국가들이 일본 문화에 끼친 영향이 일본의 토기와 불상에서 나타나고,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중국의 도자 기술에서 비롯됐지만 여기에 개성을 더해 독자적인 세계로 나아갔음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한국미술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동양미술사와 세계미술사 속에서 한국이 당당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선명한 명작과 걸작들이 글과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있다. 그의 말처럼 소파에 앉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664쪽, 3만6천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제목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인데, 오로지 외국인 만을 위한 책은 아닌 듯하다. 한국미술이 오히려 서양미술보다 낯설 수 있는 많은 한국인을 위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은 한국미술사 책으로서는 새로운 구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미술사는 먼 시대부터 가까운 시대까지 연대순으로 서술하는 것이 기본이었으나 이 책은 선사미술, 고분미술, 공예, 불교미술, 도자, 회화 등 장르를 우선하는 구성을 택한 점이 눈에 띈다.

장르별로 구성했지만, 책의 첫머리에는 '한국미술사의 흐름'을 실어 배경지식으로서 한국미술사의 기초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한국미술의 태동을 알리는 선사시대 유물들, 강인한 매력이 가득한 고구려 고분벽화, 화려함의 극치인 신라 순금 유물들, '검이불루 화이불치(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의 미학을 구현한 백제 무령왕릉 유물들,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나전칠기를 비롯한 고려의 걸작 공예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불상조각과 산사 건축, 불화 등 불교미술을 비롯해 고려청자와 상감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도자 파트까지 차례로 소개한다. 우리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조선시대 회화는 산수화, 풍속화 등 그림의 주제에 따라 더 상세히 설명했다. 그간 미술사에서 상세하게 소개된 바 없었던 조선시대의 공예, 민속미술, 자수도 별개의 장으로 다뤄, 그야말로 한국미술사의 전부를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다. 572쪽, 3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