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문예광장] (동시) 글래스비치/ 김순란

입력 2025-10-15 11: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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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란 시인
김순란 시인 '글래스비치' 관련 사진.

새가 알을 품듯

조개가 진주를 품듯

사람이 버린 유리병을

바다는 예쁘게도 품었다

깨지고 버려진 유리병들이

알록달록 고운 유리알로 태어나길

오랜 세월 어루만지며

꿈꾼 바다

⁕글래스비치(Glass beach): 미국 캘리포니아 포트브래그 지역에 위치한 해변

◆시작노트

저는 한때 환경 강사로 활동했습니다. 그때 북태평양에 우리나라 면적의 약 17배나 되는 "쓰레기 섬"이 있다고 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그 쓰레기 섬이 지구에 다섯 군데나 있다는 걸 알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버려지는 쓰레기의 심각성과 인간의 소비와 무책임이 기후 위기를 앞당기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그 무렵 글래스비치 해변을 알게 되었어요. 20세기 초부터 수십 년 동안 생활 쓰레기와 유리병을 버리던 매립장이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변했다고 합니다. 글래스비치 해변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바다는 인간이 버린 유리병조차도 오랜 세월 어루만지며 알록달록 반짝이는 유리알로 변화시키는구나! 바다는 모든 것을 끌어안는 끈질긴 포용과 회복력을 지니고 있구나! 라고 말이죠.

제 동시 '글래스비치'는 버려지고 깨진 유리병이 반짝이는 유리알로 탄생시키는 바다처럼,

삶에 상처 입은 존재들이 바다처럼 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언젠가 새로운 가치와 아름다움으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또한 오랜 세월을 견디고 다듬으면 우리의 삶 또한 변화하리라는 희망도 담고 싶었어요.

이 동시로 우리의 지구를 생각하고, 자연과 삶에 대한 회복력을 느끼며 대자연의 품에서 인류가 오래도록 지속 가능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이끌면 좋겠습니다.

짧은 가을, 가까운 포항으로 바다의 손길을 어루만지러 다녀와야겠습니다.

김순란 시인
김순란 시인

◆약력

-2019년 '아동문학평론'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 당선.

-동시집 '바닥의 힘'출간

-혜암아동문학회·대구문인협회·대구아동문학회·대구아동청소년문학가협회·어린이도서연구회·범어도서관 북테라피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