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26일 오후 8시 15분쯤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일부 정부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 국가정보통신망 등의 안정적인 운영, 통합·구축, 보안 등을 총괄하는 정부 통합 데이터센터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무정전·전원 장치(UPS)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73명과 소방차 70대 등을 투입해 현재 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직원들은 즉시 대피했지만, 이 과정에서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대개 '열 폭주(thermal runaway)' 현상에서 비롯된다. 열 폭주는 배터리 내부가 손상되면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해 짧은 시간 안에 온도가 치솟는 상황을 말한다. 경우에 따라 섭씨 1000도에 달하기도 한다.
문제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한 번 발생하면 쉽게 진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길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내부 화학반응이 끝날 때까지 다시 불이 붙을 수 있어, 완전 진압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같은 전기 저장 시설에서는 물 사용이 오히려 피해를 키울 수 있어 쉽게 투입하기 어렵다. 대신 이산화탄소 소화기나 할로겐 가스소화설비 등을 통해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이 쓰이지만, 근본적인 연소 차단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화재 현장에서도 소방당국은 초기에 데이터 손실을 우려해 가스계 소화설비를 이용했으나, 불길이 재차 살아나 결국 물을 투입하기로 했다. 소방 관계자는 "지금은 배터리를 분리해 방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배터리를 물에 담가 끄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모바일 신분증과 국민신문고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 시스템이 영향을 받았다.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 홈페이지와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 정부 24 등이 장애를 보이고 있다. 정부 메일링시스템도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라 '경계' 단계 위기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현재 과기정통부 및 소속기관 홈페이지, 내부 행정시스템, 인터넷 우체국 등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시스템, 민원정보분석시스템, 청렴포털, 행정심판시스템, 정부합동민원센터 누리집의 서비스 이용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27일 "현재 119신고는 전화(일반전화, 휴대전화 포함)로는 가능하나 문자, 영상, 웹 등 다매체신고는 시스템 장애로 신고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전산서비스 장애에 대응하기 위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발령했다.
윤호중 장관은 "화재를 신속히 진압하고 인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며 "정부 서비스 장애 복구를 위해 가용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가용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화재 진압에 나서달라"고 긴급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