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중심으로 재설치 움직임…"기능은 옛날 그대로, 그게 장점"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이용자들이 과거 메신저인 '네이트온(NateOn)'을 다시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메신저 친구 목록이 사라지고 인스타그램형 피드가 도입된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불만을 품은 일부 이용자들은 "차라리 네이트온으로 돌아가겠다"며 대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네이트온 아직 되냐', '다운로드해서 깔아봤다', '옛날 계정도 살아있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이용자들은 "회사 메신저로 네이트온을 다시 써보자", "업무용으로는 오히려 깔끔하다"는 의견을 남기며 대체재로서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도 정식 서비스 중인 네이트온은 지난 2000년대 초중반 국민 메신저로 불리던 플랫폼이다. 출시 초창기에는 싸이월드와 연동된 상태에서 개인 간 실시간 메시지, 파일 공유, 상태 표시 등의 기능을 통해 폭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했으나, 이후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와 함께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톡의 급진적인 인터페이스 변화에 반발한 이용자들 사이에서 네이트온이 '소환'되며, 예상치 못한 관심을 받고 있다.
한 이용자는 "카카오가 자꾸 인스타처럼 바뀌는 게 싫어서 예전처럼 단순하고 직관적인 네이트온이 오히려 나아 보인다"며 "친구 목록이 정리되어 있고, 별다른 피드나 광고도 없어 쾌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오랜만에 설치해봤더니 옛날 감성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실용성도 여전히 괜찮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이트온은 현재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윈도우 및 맥용 설치 파일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바일 앱 또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상태다. 메시지, 그룹채팅, 파일 전송, 캘린더 연동 등 주요 기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불만이 단순한 거부감을 넘어, 사용자들의 실제 이용 패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개편에서 가장 논란이 된 '친구탭 피드화'는 직장 동료, 거래처, 가족, 친구가 혼재된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지나친 노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신저를 사적 공간보다는 공적·실용적 도구로 여겨온 이용자들일수록, 이 같은 인터페이스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친구 목록 중심의 단순한 구조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인스타그램식 피드는 소셜 피로감을 유발하는 대표적 요소로 지목된다.
일부 사용자들은 "카카오는 왜 메신저를 소셜미디어처럼 만들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단순하고 안정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네이트온을 다시 거론하는 분위기는 젊은 세대보다는 30대 이상 연령층에서 주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업무용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활용해온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업무 대화에 사진, 피드, 스토리 같은 요소는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사용자들은 사내 메신저를 슬랙(Slack)이나 팀즈(Microsoft Teams)로 전환하는 방안과 함께, 개인 간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네이트온을 재활용하는 사례도 공유하고 있다.
한 플랫폼 전문가는 "카카오톡은 그동안 단순한 메신저에서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해 왔지만, 이번 개편은 사용자의 맥락을 지나치게 무시한 측면이 있다"며 "소통을 위한 도구에서 피드 중심의 소셜미디어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이용자에게 피로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들은 간편한 메신저에 다양한 기능이 덕지덕지 붙는 것을 원하지않는다"며 "과거 단 한 번의 오판으로 순식간에 도태된 '네이트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이트온'에게는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가 온 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