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발표
국내 실업급여 제도가 최저임금을 웃도는 구조로 운영되면서 구직자의 취업 의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일을 하다 쉬다를 반복하며 실업급여를 거듭해서 수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제재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5일 발표한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짚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총은 "현행 실업급여 제도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사업 대부분이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돼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의 핵심 항목인 구직급여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하한액이 크게 늘어났다. 현행법은 구직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구직급여 하한액은 월 약 193만 원으로, 1개월 최저임금 세후 실수령액(188만 원)을 약 5만 원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균임금 대비 41.9%에 달한다.
이 같은 구조는 상대적으로 짧은 근속 기간에도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실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하면 되는데, 이는 약 7개월만 일해도 자격을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다.
경총은 "7개월 정도만 근무해도 이후 4개월간 매달 193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구직급여에 의존하는 반복 수급자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제재 조치는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실업급여 수급 자격 인정률은 99.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총은 또 다른 문제로 모성보호사업 재원 구조를 지적했다. 육아휴직급여와 출산 관련 지원금 등이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계정에서 지출되고 있는데, 이는 기금의 재정 건전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주요 선진국은 모성보호사업을 고용보험과 별도로 운영한다"며 "국내에서도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 일반회계에서 전입되는 비율은 전체 모성보호급여 지출의 10%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경총은 ▷구직급여 하한액 제도 폐지 ▷구직급여액 산정은 평균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유지 ▷수급 기준 강화(기준 기간을 18개월에서 24개월로, 기여 기간을 180일에서 12개월로 확대) ▷부정수급 제재 강화 ▷모성보호 및 육아지원 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 등을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올해 30주년을 맞은 고용보험제도는 각종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구직급여 하한액 개선과 모성보호급여에 대한 일반회계 전입금 확대 등 제도 개편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