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해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제시했다. 관계 정상화란 북한을 사실상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하자'는 의미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남북은 오랫동안 사실상 두 국가 형태로 존재했다. 유엔에 동시 가입했고 국제법적, 국제정치적으로 두 국가였고 지금도 두 국가"라고 말했다. 그는 '동·서독 기본 조약'처럼 "남북도 새로 규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이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교착(膠着) 상태인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현재 상황을 인정하자는 말일 것이다. 헌법을 보면 가능하지 않다.
우리 헌법은 남북 관계를 국가 관계로 인정하지 않는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북한을 국가가 아니라 대한민국 영토를 불법 점유(占有)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로 간주한다는 뜻이며, 우리 헌법이 통일을 지향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과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두 국가론을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관계 정상화'에 대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결국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 실장이 밝힌 "(교류, 관계 정상화, 비핵화에) 우선순위와 선후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도 납득(納得)하기 어렵다. 북한은 "핵 포기는 결코 없다"는데, 우선순위 없이 남북 관계 정상화와 교류를 추진할 경우 결국 '북핵 용인'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해 온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며, 북핵에 정면 노출된 우리 스스로 안전망을 포기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북핵을 막을 대안(對案)을 찾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