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비밀회동설' 주장
처음 주장한 사람도 들은 얘기라는데
30일 대법원장 증인 삼은 청문회
양치기소년 우화, 늑대의 위협이 본질?
단일대오의 주장은 진실이 될 수 있나
중세 서양에서는 질병과 유사한 속성의 약물로 치료하는 게 당연시됐다. 목소리 큰 주술사는 실력 있는 의사나 마찬가지였다. 성욕이 지나친 색광증(色狂症) 환자를 다루는 장면을 보자. 색광증에는 불타오르는 속성이 있어 '불의 속성'이 있는 수은을 금과 함께 다섯 차례 빻고 황산염과 함께 가열해 또 다섯 차례 증류시킨다.
이걸 숯불에 다섯 시간 졸여 낸 가루를 환자에게 먹였다고 한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챘겠지만 숫자 '5'에도 집착했다.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중금속과 화학물질 범벅으로 농축된 가루를 먹는다는 건 다시 겪기 싫었을 것이다. 그러니 질병이 완치된 척했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과학적 근거가 빈약할수록 과감해진다. 맹신(盲信)으로 보강하는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을 증인으로 30일 청문회를 열겠다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결정했다. 주도한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조 대법원장 등이 올해 4월 4일(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사흘 뒤) 비밀리에 만났다는 이른바 '비밀회동설'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비밀회동설) 제보 녹취를 공개하며 널리 알려졌다. 최혁진 민주당 의원이 제보를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 의원마저 "~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출처도 불명확하고, 주장의 근거도 빈약하다는 발 빼기식 자백이다. '킹리적 갓심(합리적 의심이라 주장하지만 주관적 느낌에 의존하는 것)'만이 작동한다. 가짜 뉴스 증폭기 역할을 국회가 하게 된 셈이다.
합리화 시도는 이어진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사법부 불신"이라고 했다. 사법부를 믿지 못하니 낭설도 일리 있는 주장으로 봐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이건 아니다. 사태의 본질은 '근거가 빈약한 의혹을 습관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양치기 소년 우화의 교훈을 '거듭된 억지 주장이 자초한 신뢰 결핍'으로 봐야지 양을 탐한 늑대의 잘못이라 풀이해선 곤란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거들며 단일 대오를 형성했다. 우리가 옳다고 믿고 주장하면 진실이 된다는 태도로 읽힌다. 자신들이 의심스럽다며 사안을 키우고 그렇게 여는 청문회인데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 포장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이러니 국민을 가르치려 든다는 것도 기분 탓이 아니다.
위험한 선명성(鮮明性) 표출이다. 무리한 정책 시행이나 법률 제정은 저항에 직면하고, 과도하면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된다는 게 역사의 증언이다. 1960년대 베트남 디엠 정권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마담 뉴(쩐레쑤언)는 '도덕법(morality laws)'을 국민의 삶에 적용시키려 했다. 자신이 도덕이라 여기는 잣대가 곧 법이 된 것이었다. 국민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게 상당수였다. 흡연, 음주, 도박 등은 물론 피임도 일절 금했다. 민심은 크게 동요했다. 정권 몰락을 부채질한 건 수순이었다.
30일로 예정된 청문회는 다른 이름의 인민재판이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내란 세력으로 점찍은 이들에게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대중 앞에서 검증받으라는 식이다. 죄가 없는데 무엇이 두려우냐고 주장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 죄가 있다고 의심하는 심증(心證)이 아닌 실체적 근거부터 대는 게 우선이다. 다수의 주장이 과학적 근거로 둔갑하지 못한다. 진위가 불명확한 것을 전제로 의혹 해명 운운한다는 건 국민 수준을 어느 정도로 책정하고 있는지 보이는 듯해 더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