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출 연체율 11년 만에 최고
글로벌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며 한국 경제가 수출과 내수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의 고율 관세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내수마저 얼어붙으면서 자영업자와 가계의 금융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업 신용카드사 기준 대출자산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2.3%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자산에는 카드론,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뿐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대출 등 비(非)카드대출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한 비카드대출 연체율이 2021년 말 0.6%에서 올해 2분기 말 3.0%로 급등하며 전체 건전성을 악화시켰다. 내수 회복 지연으로 도소매업·숙박음식업 등 경기민감 업종의 연체율이 크게 늘었고, 부동산 PF 부실 확산으로 건설·부동산업 연체율도 상승한 결과다.
결국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 부문 역시 악화일로다. 전체 대출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카드론 연체율은 2021년 말 1.7%에서 올해 2분기 말 2.4%로 올랐다. 지난해 이후 카드론 신규 차주에서 저소득층 비중이 늘고, 평균 소득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취약성이 커졌다.
한은은 "카드론을 중심으로 대출 차주의 경기 민감도와 취약성이 증대됐다"며 "추가 부실 발생 우려가 높은 만큼 자산건전성에 유의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맞물린 현 상황을 '이중 충격'으로 규정한다. 무역 전선에서는 일본과 유럽이 미국과 15% 수준 관세 합의를 마친 반면 한국은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며 수출기업의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그 충격이 내수시장으로 전이돼 자영업자의 폐업과 '소득 제로' 상태를 양산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해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건설경기 부진과 아직 합의되지 않은 미국과 관세 협상 등으로 불확실성과 향후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전체 소비심리지수가 하락했다"며 내수 부진을 우려했다.